“주말이나 공휴일 말고 5년 만에 처음 휴가를 가져보네요”.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찾은 전주 소재 한 택배 물류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물건을 가득 실은 차량 두세 대가 입구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켠에 수북이 쌓인 상자들을 옆에 두고, 현장은 한창 업무로 분주해보였다. 컨테이너 벨트를 타고 각양각색 소포 꾸러미들이 오가는 가운데, 양 옆에 늘어선 택배 차량들에 차곡차곡 상자들을 채워 넣는 택배 기사들의 이마 위로 연신 구슬땀이 흘렀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업무에 나섰다는 최모(43)씨는 이번 택배 없는 날에 대한 시행 소감을 묻는 질문에 “쉰다는데 누가 싫어할 수 있겠느냐”며 옅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5년간 일하던 중 모처럼 처음 받은 휴가다보니 집에서 알차게 쉬고 올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택배 없는 날’은 국내에 택배가 도입된 이래 처음 갖는 택배 기사들의 공식 휴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부담이 늘어난 현장의 업무 과중을 생각해 도입됐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법적 휴가를 쓸 수 없고, 쓰더라도 고스란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벗는 택배 기사들에게 ‘택배 없는 날’의 의미는 각별하다.

다만,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는 지금, 택배 기사들은 단순히 쉬는 날 보장 뿐 아니라 편히 쉴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식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쉬는 동안 소화하지 못한 택배 물량은 고스란히 기사들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양영호 공공운수노조 전북지부 택배지회장은 “모두 이번 휴일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이전 주문 물량이 밀려 업무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나 판매자 등에서도 ‘택배 없는 날’에 발맞춰 물량 분산 등의 방식으로 이에 동참해주신다면 다소나마 부담이 덜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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