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사회가 완전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하는 또다른 선택지를 던져준 하나의 사건이다. 세계보건기구 WTO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경제지표가 나락을 향해 갈 때 유일하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면역력 강화 등을 내세운 약용작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가운데서도 약용자원을 발굴하고 재배 농업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끄지 못하는 곳이 있다.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가 그 중추다. /편집자주

▲ 기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는 약용작물 소득작목 발굴, 애로사항 해결, 신재배기술 개발과 보급을 통해 약용작물 재배 농업인의 소득향상 및 경쟁력 강화로 전라북도 약용작물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전라북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농촌의 고령화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대부분 약용작물은 뿌리를 기반으로 하는 심근성으로 2년 이상 재배 시 지하부가 30㎝에서 깊게는 1m까지 들어가 수확비용이 전체 경영비의 52%를 차지할 만큼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2∼3년 재배기간 동안 지속적인 포장관리가 필요하며, 기상상황에 따라 병해충 및 뿌리썩음병 발생으로 수량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력비용을 최소화하고 수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심근성 약용작물 중 하나인 백수오 용기재배를 시도했습니다. 재배용기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PE 플륨관을 적용했고, 토양 대신 다양한 재료를 혼합한 배양토를 배합해 수량성과 품질이 우수한 조합을 선발했습니다.
백수오를 용기재배 시험연구 결과, 수량은 기존 토경재배 대비 87% 증가했으며, 가장 핵심적인 노동력 투입 부분에서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인력 수확만으로 시간을 15배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약용작물은 재배측면에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약리적 효능을 지니는 기능성 성분 함량도 매우 중요합니다. 백수오의 경우 주요 기능성분은 cynanoneside B, p-hydroxyacetophenone, wilfoside C1N인데 용기재배로 생산된 백수오의 기능성분이 토경재배에서 생산된 것과 비교 분석했을 때 차이가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용기재배기술의 확실한 효과를 한번 더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재배의 확대를 위해 2단계 사업으로 관광농업을 병행할 수 있는 작목인 작약·도라지를 선발해 현재 연구를 수행중에 있으며, 특히 작약은 꽃을 매개로 하여 상업적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어 소득작목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고 내년까지 재배기술 확립을 위한 적정 용기규격 및 배양토 조합을 선발하여 농가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용기재배에 필요한 인공 배양토 배합별 제조 시 각각의 재료를 직접 혼합해 용기에 충전하는 경우, 오히려 노동력이 증가해 연구 목적과 부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배양토 재료와 퇴비를 혼합하여 상업적 제품화가 꼭 필요하였으나, 대부분의 상토 제조업체는 퇴비 혼합 시 배합기계에 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품화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내 업체에서 퇴비가 혼합된 배양토를 생산·공급을 해줌으로써 용기재배 연구를 추진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 어려운 와중에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순간이었을까요?
관행재배와 용기재배의 수확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을 비교하기 위해 각각 방법에 맞게 상품성 백수오 1주를 수확한 결과, 관행재배에서는 20분이 소요된 반면, 용기재배에서는 30초만에 완료돼 수확 시간과 노동력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진행 중인 사업이 농가에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연구와 함께 현장실증을 병행해 실제 농가에서 백수오 용기재배를 추진한 결과, 포장관리와 수확 노동력 절감 측면에서 농업인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지속적인 용기재배 수행에 대한 의지 또한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약용작물은 연작장해로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동일한 작물재배가 불가능했지만, 용기재배를 통해 재배지 이동이 필요 없고 시설철거·재설치 등의 비용이 100% 절약돼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백수오 용기재배는 신기술시범사업으로 지난해 5개 시·군(무주, 진안, 장수, 정읍, 고창)에서 추진돼 동부산악권 지역의 소득작목으로 육성됐습니다. 올해도 4개 시·군(무주, 진안, 장수, 순창)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가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으신가요?
약용작물은 재배기간이 최소 1년에서 최대 6년까지 다양한 작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재배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연작피해 발생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 대책으로는 3∼5년 동안 다른 작물을 재배(윤작)하거나 초작지를 찾아 타지역에서 재배하는 이동경작인데 이는 생산비가 증가되고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황은 이러한 문제점을 가진 대표적인 약용작물로 현재 소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로는 확장되고 있지만, 뿌리 표피가 얇아 습해에 약하고 연작장해로 인한 뿌리썩음병 발생으로 연차간 수량 편차가 커서 생산기반이 불안정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연작장해 관련 연구로는 병해충 발생 정도 및 병원균 조사, 연작에 따른 품종별 생육특성, 연작장해 실태조사 등이 수행됐으나, 아직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고, 습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랑을 높게 세우는 고휴재배를 통한 안정생산기술을 정립한 후, 연작장해 경감대책으로 우선 연작지 토양의 미생물상 변화, 병원균 분리동정 및 밀도분석 등 발생 원인에 대한 기초연구 데이터를 축적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원균 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용미생물 등 친환경자재 선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연구결과로 연작장해 경감효과가 입증된다면 약용작물도 연중생산이 가능해지고, 이상기상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재배 도입을 통해 안정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기관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약용작물 연구의 메카!'
약용자원연구소는 농업환경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재배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최근 많은 특허기술을 토대로 인삼 전용청백필름을 이용한 하우스재배, ICT를 활용 환경제어시스템을 접목한 천마 단기재배, 백수오 배양토·용기재배 등이 대표적인 성과이며, 개발된 기술은 결과도출에만 머물지 않고 신기술시범사업으로 많은 농가에 보급돼 전북지역의 소득작물로 자리매김해 약용작물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약용자원연구소는 약초재배 농업인의 애로사항 청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우리 전북도가 추구하는 삼락농정을 실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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