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산업화 이전에는 우리 주변 곳곳에는 형태는 다르지만,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동네에서 서로의 아이를 돌보며, 보살피는 공동육아가 있었고, 마을 대소사도 함께 챙기는 ‘공동노동’ 등의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마을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한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 되었다. 깊숙이 뿌리박은 ‘우리’라는 개념이 ‘개인’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전주시 곳곳에서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공동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끈끈한 ‘사회적 연대’로 뭉친 공동체들을 살펴본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로’… 육아&돌봄
‘사랑방교육문화복지공동체’(대표이국행)는 전주시 서곡마을에서 10년이 넘게 아이 돌봄 사업을 하고 있는 베테랑 공동체이다.
12년 전 돌봄을 받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돌봄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랐듯이 서곡마을의 20~3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대표적인 선순환 사례다.
이 공동체는 이색적으로 매주 투표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수업내용을 정하면서, 아이들이 더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국행 대표는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결코 쉽지도 않고, 몸도 많이 힘들지만 아이들을 보는 것이 그냥 좋아서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서 힘이 닿을 때까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랑방교육문화복지공동체’는 매주 평일 주간(14:00~18:00)엔 수학수업, 과학실습, 미술체험 등 초등학생 돌봄 교실을 하고 있으며, 야간(18:00~20:00)엔 책놀이 수업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주말에는 돌봄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가족과 캠프를 가거나, 전래놀이, 보드게임 등의 체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골드클래스마중몰’(대표:한화숙) 공동체의 활동도 눈에 띈다. 평화동의 골드클래스 아파트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상대적으로 많아 어린 아이들끼리 놀거나 홀로 집에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정서함양에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평화골드클래스마중몰’ 공동체가 결성됐다. 이 공동체는 현재 활동 범위를 아파트에서 마을로 점차 넓혀가고 있다.
‘평화골드클래스마중몰’ 20명의 회원들은 놀이터, 경로당 등 아파트 인근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전하게 놀 수 있도록 2개 조로 번갈아가면서 돌봄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매달 진행되는 손소독제 만들기, 액체자석 만들기 등의 과학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으며, 매년 봄과 여름 운동회와 물놀이를 개최해 200여명의 부모와 자녀들이 즐길 수 있고, 이웃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바른 재료·먹거리에 재능기부도 ‘듬뿍’
‘건강한이야기’(대표 고아라)는 시민들이 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건강교실을 운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영양교육캠페인을 통해 △알레르기,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요리체험 △제철 농산물 교육 △다문화가정 식생활교육 △편식 개선 교육 등 공동체 공유주방에서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로당, 아동센터 등으로 직접 출강해 재능기부도 펼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매달 ‘건강한이야기’의 대표 건강간식인 쌀빵과 토종밀쿠키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나누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들에 600봉지, 5월에는 ‘엄마의 밥상’에서 도시락을 전달 받는 아동·청소년들에게 300봉지를 각각 전달하기도 했다.
나아가 바른재료, 바른먹거리를 통해 전주시에 건강한 음식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지난 2017년도에 6명의 엄마들이 모인 ‘건강한 이야기는’ 점차 공동체 및 회원이 동반성장하는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공동체 활동을 통해 회원들 모두 식생활지도사, 힐링푸드 상담사 등 다양한 요리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으며, 요리 강사들을 양성해 인력을 증원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평화동 지역에 ‘건강한이야기’의 요리교실과 공유주방을 마련했고, 대관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고아라 대표는 “최종적으론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더 폭넓은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르고, 설실하게”… 인성·예절도 ‘꼼꼼’
‘꿈트리프로젝트’(대표 김윤희)는 댄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9명의 엄마들이 모인 동아리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건전한 마음을 심어주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껴 결성된 공동체로, 올해로 만 10년을 맞았다.
이 공동체는 인성교육이 접목된 문화·예술 공동체로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김윤희 대표는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과 예절을 배울 수 있도록 모두 내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가르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교육들로 사회성과 리더십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매주 토요일 우아문화의집에서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하는 ‘꿈트리 아카데미’도 빼놓을 수 없다. 댄스, pop, 축구 등 다양한 문화·예술체험과 체육활동을 할 수 있어 3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한다.
‘꿈트리 아카데미’에서 배운 아이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자리로, 매년 4~5월 ‘행복힐링콘서트’를 열고 있다. 아이들의 댄스공연, 상황극, 아빠들의 노래 등 300여명의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하고 즐기며 신명난 한바탕 잔치가 열린다.
여름방학(8월), 겨울방학(12월)을 맞아 2박3일간 진행되는 인성예절캠프에는 초등학생, 교사, 자원봉사자 등 120명이 참석해 예절·인성강연, 피자만들기, 물놀이, 담력체험 등의 활동으로 참된 예절을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시간을 갖는다.
이외에도 생태, 환경 교육의 ‘다놀공동체’, 다문화가정 교육의 ‘그림책이 사는나라’, 역사·전통문화 체험의 ‘한세담’ 등 전주시에는 다양한 교육 공동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주시는 교육공동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전문가컨설팅을 실시하고, 교육청과 협력해 방과 후 마을학교 위탁사업이나 회원들의 방과 후 강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계숙 시 사회연대지원단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격언에 아이 교육은 학교 현장만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며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전주시의 교육공동체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장천기자·kjch88@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