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지만 결과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망이 우울해지면서 희망보다는 절망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과 공공기관이 존재한다. 전북도는 금융안전망이 무너져 벼랑 끝으로 내몰린 도민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 ‘지역형 서민금융복지센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같은 해 5월 문을 열었다.
센터는 생계형 채무로 고통받는 금융 취약계층에게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센터를 찾은 이들이 현재의 위기를 넘겨 경제활동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금융복지 서비스 제공으로 사회안전망 역할 ‘톡톡’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30대 A씨는 힘들게 번 돈과 대출을 끌어모아 1억5000만원을 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얼마 뒤, 자신이 투자한 사업이 사기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우울증이 찾아와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에게 보증금 1000만원을 받지 못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그는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게 됐다. 밀린 대출금으로 인해 압류통지서가 날아들었지만 별다른 방법을 몰랐던 A씨. 다행히 주변에서 ‘서민금융복지센터’를 소개받은 그는 채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센터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A씨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수화통역 봉사자를 동행해 방문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A씨의 채무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그가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법원의 파산면책 절차를 지원했다. 센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A씨는 현재 면책판결을 받은 상태이며, 해당 면사무와 연결해 기초생활수급자 판정도 받게 됐다.

2018년 개소한 센터는 현재까지(5월말 기준) 총 6240건의 재무상담을 실시하고, 151명(156억3000만원)의 채무조정을 완료됐다. 또 현재 75건의 채무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회생 1193건, 신용회복 1158건 등 금융소외계층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금융사기예방교육, 재무관리 및 신용관리교육, 채무조정제도 이용방법 등을 교육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단순히 빚 탕감을 위해서 하는 기계적 지원 형태가 아닌,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서민금융복지센터의 방향과 계획
‘금융복지’라는 전제 아래, 센터는 크게 4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채무조정 지원사업, 맞춤형 재무 컨설팅 및 관리, 금융지식·금융사고 예방교육, 복지서비스 연계사업 등이다. 센터는 이래저래 문제가 있지만, 해결방법 자체를 몰라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채무조정 지원사업 알리기에 노력중이다. 14개 시군 이동출장소를 정기적으로 운영해 채무조정이 필요한 대상자를 돕고 있다. 특히 금융사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시군단위에서 ‘금융의식 고취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금융교육사업을 점차 확대해 도민들이 건전한 금융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집중 할 방침이다. 금융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도 신용관리와 재무설계 교육 등 금융교육을 실시해 빚으 수렁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아울러 위험 중산층을 위한 사업도 발굴한다. 다중채무, 고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중위소득 이상 대상자들도 재무 및 신용부문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센터는 채무조정 소요기간을 단축(패스트트랙) 시킬 수 있도록 전주지방법원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 추진도 계획중에 있다.
행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설립된 센터는 올해까지만 국비가 지원된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도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

다행히 매년 센터 금융복지민원 창구를 활용하는 민원인들이 늘고 있어, 센터 필요성은 증명된 상태다. 실제 2018년 상담·지원을 받은 인원은 596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1125명(약 199% 증가)이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올해 4월까지 334명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센터를 방문, 경제적 자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는 도비로 모든 예산을 충당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센터 이용률이 높아진 만큼 현재 인력 구조로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예산도 필요한 만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센터 자체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김 센터장은 “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역량을 끌어올리고, 사업을 다각화해 계속해서 도민들의 경제적 자립에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 김소원 서민금융복지센터장 인터뷰
‘네가 진 빚은 네가 갚아야지’라고 말하면서 도덕적 해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김소원 전북도 서민금융복지센터장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이렇게 되물었다. 그러면서 빚 탕감, 채무금액 조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도덕적인 해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오해라며 사회가 인간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원 센터장은 대부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생활비 부족, 금융사기피해 등으로 발생한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려막기를 시도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에 따른 빚이 또 다시 생기고, 연체가 발생하면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면 경제활동까지 어려워지고, 나중엔 정신적 고통까지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분들에게 ‘도덕적 해이’라고 규정짓고 비난하는 건 결과적으로 그분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것에 불과해요”
때문에 센터에서 하는 일련의 사업들을, 그리고 이런 사업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틀 안에 가둬두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센터장은 “빚에 허덕이는 분들이 어려움을 털어내고 하루라도 빨리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며 “빚 때문에 생을 포기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센터장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금융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과 재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복지센터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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