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는 우리 민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익충(益蟲)이다. 한반도 지천에 풍부히 분포하고 있는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는 스스로 실을 토해 자신을 감싸는 집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명주실의 주원료다.
명주실은 얇으면서도 튼튼해 잘 끊어지지 않아 '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제는 화학섬유의 발달로 예전만큼 널리 쓰이지도 않을 뿐더러, 양잠산업 자체가 쇠락길에 접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잇기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의 양잠산업의 기틀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잠사곤충시험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1. 잠사곤충시험장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잠사곤충시험장은 전라북도 양잠산업의 중심기관으로 1914년 잠업강습소로 시작해 잠종장, 잠업검사소, 잠업시험지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누에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해 왔습니다.
  2011년 부안군으로 이전되면서 2013년 양잠산업 업무에 곤충 산업을 추가로 도입했고,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잠사곤충시험장으로 조직이 개편됐습니다.
  주요업무는 원누에씨 보관 및 보급누에씨 생산과 공급, 누에·뽕나무 품종보존 및 품종개량 연구, 오디 생산성 향상과 품질 고급화 연구 등 양잠산업과 곤충산업관련 유용곤충 안정생산기술 및 산업화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지역특화 품목을 육성하고 농가에 보급하여 양잠 및 곤충 사육농가의 안정적 생산과 소득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 이곳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저희 시험장에서는 양잠산업과 곤충산업을 큰 갈래로 두고 중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잠산업의 경우 전북에서 누에사육 및 오디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우량 누에씨를 생산,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이 주된 내용입니다.
  국내 양잠산업은 오천년 역사의 맥을 이어온 전통산업으로 산업화, 개방화 과정을 거치며 침체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 첨단 생명공학의 바이오소재로 급부상하며 새로운 재도약을 맞이했습니다.
  보급누에씨 생산은 매년 3월 분장농가를 선정해 사육관리를 통해 누에고치를 매입, 절차를 거쳐 당해 가을과 다음해 봄에 보급하기 위한 누에씨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생산한 누에씨를 공급하기 위해 봄과 가을에 6회 동안 각 농가의 누에 사육량을 파악해 농가에 보급하게 됩니다.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양잠산업 활성화를 위해 매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량 누에 품종과 오디뽕나무 품종에 대한 지역적응시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충하초 생산능력 검정을 실시해 동충하고 생산 우량누에도 선발하고 있습니다.
  곤충산업의 경우 미래 식량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유용곤충의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곤충자원을 선발해 곤충의 대량사육기술 및 안정생산에 관한 연구와 상품화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잠사곤충시험장에서는 전북의 간판곤충을 개발하기 위해 정서곤충을 연구 목표로 삼고 다양한 곤충을 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왕사마귀와 방아깨비 사육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햇으며, 사슴풍뎅이와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연중 대량 사육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도 마쳤습니다.
  이제는 사육키트와 인공먹이 개발 등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상품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북지역에서 지역특화작목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뽕나무와 복분자,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류를 이용해 전북에서 현재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는 흰점박이꽃무지의 먹이원인 참나무톱밥을 대체할 수 있는 발효톱밥을 개발함으로써 도내 베리류 작목의 이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한편, 농가에 부가가치 창출을 이끌어 내 소득향상을 도모하려 합니다.
  아직까지 전북의 곤충산업은 곤충사육농가수로 따져봐도 전국 대비 7.4% 수준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도 90% 가까이 흰점박이꽃무지를 사육하고 있어 이제는 유용곤충의 다양성도 확보하고 스타곤충을 개발한다면 매년 성장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하는 중입니다.

3.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가장 문제는 누에 사육농가의 고령화와 중국산 수입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누에 사육농가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능성 식품과 신소재 활용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면서 누에사육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누에사육 농가를 확보하면서 양잠기술교육 및 이를 활용한 기능성식품과 가공 식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곤충이 미래식량의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곤충사육농가도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판로가 부족해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농가도 많아 저희 시험장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따라서, 곤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등과 연계될 수 있는 판로 확보다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으로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곤충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특화품목을 개발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4.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순간이었을까요?
- 보급누에씨 생산사업은 4년 전만 해도 개인 업체인 잠업사에서 주관해 이뤄졌지만, 여러 사정으로 지금은 이곳(잠사곤충시험장)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될 수 밖에 없고, 누에고치 수매부터 절견작업, 암수감별 작업, 성충수거 및 교미처리, 산란 작업 등 전 과정에 직원 모두 매달려 작업을 해야하는 고충이 있었습니다.
  특히, 성충을 수거해 교미처리를 하는 작업은 이른 새벽부터 해야해서 직원들이 숙소에서 밤을 새워 진행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모두들 발달할 양잠산업의 미래를 위해 귀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또한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곤충분야에선 후발주자에 속한 터라 식용곤충을 비롯해 애완학습용 곤충 개발 등에서도 뒤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곤충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에 착안해 '정서곤충'을 연구목표로 삼고 다양한 곤충을 선발해 곤충산업에 보탬이 되려는 연구 중입니다.
  저희의 노력이 곤충산업의 활성화를 넘어 전라북도 곤충산업의 활로 개척에 이바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잠사곤충시험장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요?
- 징검다리라고 생각합니다.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도 중요하지만, 양잠 및 곤충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선 소비자의 숨겨져 있는 수요를 잡아내고, 그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이 징검다리 인 셈이죠.
  곤충은 비록 수명은 짧지만 성장속도가 빠르고 활동적이어서 관찰하는 입장에선 늘 재밋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존재입니다.
  곤충의 독특한 외형때문에 혐오감도 만연해 있지만 그 진입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향후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사육곤충 매뉴얼을 개발하는 한편, 체험요소 다양화 등 수요층 확대를 위한 노력과 시범사업,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새로운 산업으로서 커다란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마중물에 저희 잠사곤충시험장이 함께 하겠습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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