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주로 미각에 의존한다. 맛을 내는 성분이 미세포를 자극하면 미신경에 의해 미각이 생긴다. 쉽게 말해 식품이 혀의 점액에 녹아 비로소 맛을 느끼는 것이다. 기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네 가지다. 물론 그 외에도 매운 맛, 떫은 맛, 구수한 맛, 감칠 맛 등등이 있다. 음식에는 이런 맛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맛들 가운데 매운 맛은 좀 특이하다. 매운 맛은 입 속의 점막 등 입안 전체의 자극에 의해 전달된다. 타는 듯한 혹은 아픈 듯한 감각이다. 다시 말해 아픔을 느낄 정도의 자극성이 있는 맛이다. 음식을 먹을 때 혀는 맛을 보는 동시에 온도와 촉각을 함께 느끼는데 매운 맛은 일종의 통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매운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얼큰하고, 칼칼하며 시원하다고까지 말한다.
  매운 맛은 적당히만 섭취하면 몸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식욕을 자극하고 소화를 돕는다. 또 살균 작용도 하며 항산화 작용도 한다. 물론 이것이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맛에 대한 욕구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민족마다 기후나 풍토에 알맞게 전통적인 맛을 정립하고 있다. 다만 근현대 서구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면서 입맛이 서구화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인들은 매운 맛을 즐긴다. 세계적으로는 멕시코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 역시 매운 맛에 길들여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음식에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듬뿍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7세기이고 이것이 음식들에 널리 사용된 것은 근세에 이르러서다.
  그런데 한국의 매운 맛이 요즘 사이버 세상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엄청나게 매운 한국 불라면 도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영상이 올라온 후 조회 수가 70만개에 달했다고 한다. 동영상은 외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등장하는 데 한국산 매운 비빔면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남성들과 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튜브에 불라면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121만개가 넘는 동영상이 검색된다고 한다. 이 라면은 모 업체에서 만든 ‘불닭 볶음면’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국의 매운 맛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우리나라 음식의 매운 맛은 한식 세계화에 큰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그럼에도 비록 라면이긴 하지만 글로벌한 매운 맛을 찾아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매운 맛에 대한 연구개발과 함께 효과적인 홍보를 한다면 한식의 글로벌화는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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