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흔히 ‘갯벌 왕국’이라고 부른다. 서남해안에 걸쳐 갯벌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안은 전체 갯벌 면적의 83%가 분포돼 있다. 서해안은 평균 수심이 55m에 불과하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3-9m로 매우 커 갯벌이 만들어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퇴적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우리나라 서해안의 특징이다.
  그래서 한국의 갯벌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갯벌의 가치는 무한하다. 먼저 각종 식물과 어패류, 주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 갯벌에는 식물 160여 종, 동물 680여 종이 살아가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가 이곳을 찾는다. 갯벌은 또한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자연의 콩팥이라고 부르는 연유다. 마치 인체의 콩팥이 노폐물을 걸러주듯이 갯벌은 오염된 바다와 강의 물을 깨끗이 해준다. 또 태풍이나 홍수, 해일 등 자연 재해에 의한 피해도 줄여준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갯벌은 그저 쓸모없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 쓸모없는 땅을 옥토로 만들자는 간척사업이 활발했다. 국토 확장과 주민 소득 증가, 산업 단지 조성 등 여러 목적으로 갯벌을 메우는 사업이 벌어졌다.
  이에 반발해 일각에서는 갯벌의 매립은 곧 생태계 파괴이며 수질 정화 기능을 저하시키고 철새 서식지를 없애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에는 갯벌을 둘러싼 논의는 개발보다는 보전 쪽으로 기울었다.
  문화재청이 전북과 충남, 전남 등에 걸쳐 있는 서남해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보도다. 가칭 ‘한국 서남해안 다도해 갯벌’의 세계 자연 유산 등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 대상은 충남 서천 갯벌과, 전북 고창 갯벌, 전남 신안 다도해와 순천 보성 갯벌 등이다. 총 면적은 989.85㎢에 달한다. 최종 등재 여부는 내년에 열리는 제43차 세계 유산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갯벌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곳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보전과 복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은 아예 북해 연안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또 일본, 홍콩, 유럽 각국도 갯벌 보전에 적극적이다. 이번에 서남해안의 갯벌을 세계 유산으로 추진하는 시도는 그래서 뜻깊다. 우리가 기대한 대로 등재가 이뤄진다면 갯벌 왕국으로서 우리나라 명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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