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온 천하의 중심이며 가장 발달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선민의식이 강하다. 이런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상을 중화사상 혹은 화이사상이라고 부른다. 물론 한족 중심의 역사관이다. 그 근간에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만심과 우월감이 내재돼 있다. 당연히 그 밖의 문화를 얕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중국 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라고 해서 오랑캐라고 불렀다.
  이 중화사상의 기원은 대략 춘추전국시대로 본다. 공자의 ‘춘추’를 출발점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이것이 체계화 된 시기는 한 나라 때다. 중화사상은 유교 및 예, 형 등 통치술을 기반으로 해서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된다. 중화제국을 중심으로 상하의 국제관계가 성립한 것이다.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중국은 천자의 나라 즉 하늘이며 기타 나라는 그에 복종하는 제후국이라는 인식이다.
  이 중화사상이 주춤한 것은 19세기다. 중국이 근대화에 실패하면서 서구 자본주의의 침탈을 받은 시기다. 이 때 청나라는 외세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다. 중화사상에 젖어 서구 문물의 우수성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그렇다고 중화사상이 거기서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중국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기본 발상은 여전하다. 특히 개혁 개방으로 중국의 경제력이 도약하면서 자신들이 온 천하의 중심이라는 인식은 더욱 강해졌다. 최근의 ‘굴기’니 ‘일대일로’니 하는 말들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양하이잉이 쓴 ‘반중국의 역사’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서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인 중심 사관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한편 중국이 국제적으로 개방되고 한층 더 발전하는 가능성을 묶는 족쇄가 바로 중화사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화문명은 폐쇄적인 문명이며 그 상징물이 만리장성이라며 장성은 결코 중화민족의 위대한 상징이 아니라고 했다. 저자는 따라서 중국이 세계를 이끄는 대국의 하나가 되려면 과거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처럼 국제적이면서 다른 민족, 다른 문화의 영향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도 중화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조선조 내내 ‘소중화 사상’에 젖어 있었다. 지금도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처지다. 이런 상황서 중화사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광활한 영토와 많은 인구,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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