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 수장의 부적절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마련한 기자간담회는 재단의 올해 사업을 결산하는 중요한 자리였으나, 이병천 재단 대표이사는 결산내용보다는 최근 본보 기사(12월 12일자)에서 언급한 붓 조형물에 관한 해명만 5분여 쏟아내고 떠났다.
  결산이라는 주요안건을 뒤로 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를 뜬 것도 문제지만 재단이 상주 중인 전북예술회관 외벽 조형물과 관련, 여전히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대표이사는 “나는 아직도 문화예술에 대해 모르고 일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가소롭다는 얘기도 듣는다. 외벽 붓을 든 조각상의 경우 내가 열대여섯에 글을 썼듯 비슷한 시기 그림을 그린 화가가 우리네 붓을 서양사람이 젓가락질 하듯 잡고 있다고 SNS에 비판했다”라며 “한 서예가에게 물으니 붓을 쥐는 방법에는 단구법과 쌍구법이 있고 우리 조형물은 후자에 해당한단다. 틀린 것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올 한 해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고 내년에도 지켜봐 달라. 건강이 좋지 않으니 자세한 건 팀장들에게 물으라”면서 떠났다.
  외벽 조형물 논란의 쟁점은 예술성이 있냐 없냐도 아니고, 붓 쥐는 방법이 맞고 틀리냐도 아니다.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과 재단 정체성 반영여부에 있다. 외부 전문가는 물론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대표이사 홀로 기획해, 방향과 수준을 검증할 기회를 놓쳤으며 재단 랜드마크로써의 성격은 부족했다. 기사에서는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붓을 잡는 자세에 천착하는 모습은 ‘뭣이 중한 지’를 모르는 혹은 보려고 하지 않는 독선과 아집 아닐까. 재단 수장으로서의 독단적 방식이 조형물로 가시화된 바, 재단의 또 다른 사업과 전북문화예술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실제 재단 사업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평가가 좋지 못하고 독단이 계속된다면 설립 목적과 존재 의미마저 되물을 것이다. 한 사람일지라도,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무서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이번 시국을 통해 뼈에 새긴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전북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재단 대표이사직 또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자리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눈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긍정적인 영향력을 흘려보내길 지역문화예술계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이수화 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