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예상대로(본보 9월 30일자 6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2주간 '블랙 프라이데이'를 추진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행사로, 지속된 소비부진을 털고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반쪽 행사로는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 행사 전부터 계속됐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첫 주말 행사가 지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지적만 쏟아지고 있다.

5일 전주지역 대형 유통업체 및 전통시장 상인회 등에 따르면 전주시내 곳곳에 'Korea Grand Sale'이란 문구가 붙어 할인 행사를 알리고 있다.

일견 유통가 특급 할인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평년과 거의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지난달 25일부터 약 3주간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정부 정책에 호응하듯 이번 세일기간을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 명명했고, 또 곳곳에 '블랙 프라이데이'란 문구도 붙였지만, 세일품목과 할인율은 예년과 대동소이하다.

세일 첫 주에 전년동기비 매출이 27.8%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소비부진이 심각했고 추석 이후 한참이 지나 정기세일이 시작된 탓에 소비자들이 소유한 상품권 부족으로 매출이 전년동기비 크게 하락했었다. 이번 매출 상승은 전년 기저효과일 뿐이란 것이다.

이와 함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겹치는 덕에 추가로 할인해주는 행사나 품목도 없다.

이에 전주시 A씨는 "화장품 매장 등 할인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곳이 많고, 할인율도 대부분 10~30% 가량에 불과해 정기세일 행사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실제 소비자들은 떠들썩했던 '블랙 프라이데이' 홍보 덕분에 미국과 비슷한 80%까지의 할인율은 아니어도 50% 정도 할인 제품이 다양하게 나올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쇼핑하면서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 보면, 인터넷이 더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연말에 연중 최대 세일행사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며, 대부분의 제조회사가 참여해 새해 신제품 출시 전 재고를 줄이려 소비자가격의 최대 90% 정도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덕분에 유통가가 연말 행사기간에 살아남으려면 이에 준하는 세일을 진행해야 하고, 이로 인해 소비심리 호전 및 제조·유통업체들의 흑자가 이어진다는게 이들 나라의 '블랙 프라이데이'이다.

한국은 유통업계가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획했다.

때문에 대부분 핵심 제품들이 행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소비자들의 할인 체감도는 크게 낮아졌다.

한국에서의 행사 참여 점포는 백화점 71개, 대형마트 398개, 편의점 2만5400개 등 비교적 비싸게 팔던 유통가들이고, 참여 제품 수나 할인율이 낮다.

더욱이 정부의 압박에 의한 것인 듯 롯데백화점 전주점 및 농협하나로클럽 전주점, 전주남부시장 등은 오는 8~9일 사이에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품목 또한 아직 정해진게 없고, 전통시장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원하는 경품권 행사가 전부이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정부의 의도와 달리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할인판매 품목과 할인 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A씨는 "제조업체에서 인하된 가격의 제품을 내놓는 구조가 아니어서는 한계가 있는 것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안다"며 "해외 직구를 막고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꼼꼼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도 미국처럼 제조업체의 참여율을 높이도록 11월 마지막 금요일쯤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 관계자가 '블랙 프라이데이 의미를 생각해 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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