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를 회복하자 <6> 산동지역아동센터

남원시 산동면은 산촌형 농촌지역이다. 이 가운데 산동초등학교는 면소재지에 있는 큰 학교에 속한다. 여느 농촌이 다 그러하듯 이 지역도 아이들 교육에 어려운 점이 많다. 학교 수업이 끝나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역 사회가 보듬어 안을지 지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다시 또 주목하는 이유다.

10일 저녁 산동지역아동센터 안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나비를 본 떠 만든 비행기’ 수업이 한창이다. 양력, 항력, 중력 등 초등학생들에게 어려운 용어지만 오광현 대표의 손쉬운 설명에 따라 간단한 이론 공부를 마쳤다. 이어서 직접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시간. 보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은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간다.
자신들이 만든 비행기를 날려 보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날지 못한다. 꼬리 날개의 방향타와 승강타를 잘 못 맞췄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증상(?)에 따라 오 대표가 일일이 방향타와 승강타를 만져주니 시원하게 잘 날아간다.
자신이 만든 비행기가 제대로 날지 못한 채유민(산동초 5학년) 학생도 즐거운 표정이다. “아동센터에서 수학과 영어 등을 공부하는데 오늘은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게 돼 기쁘다”며 연신 비행기에 동력세트를 연결해 날려 본다.
시골 지역아동센터에서 비용이 상당한 (개인당 9,000원)모형 비행기 만들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모형비행기 만들기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교육불평등을 없애자는 차원입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모형비행기나 로봇 만들기 체험은 지역아동센터 수준에서 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즉, 농촌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체험입니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는 지역에 따라 교육을 받지 못하는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입니다.”
오광현 산동지역아동센터 대표는 아이들이 부모의 형편에 따라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지난 2006년 아동센터에 눈을 돌린 이유도 농촌지역의 현실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아이들이 한 부모님 가정이거나 조손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른들은 어른대로 시골에서 농사짓는 것 자체가 힘든 만큼 아이들은 아이 다루는데 소홀하거나 서투르다. 아이들이 겉으론 아무 일 없이 생활하는 것 같지만 상담 선생님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가슴 속에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에서 귀향한 아버지들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농촌에서 아이들을 키우려고 데리고 오지만 농촌에서 교육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가정이 붕괴되어 편부모가 양육을 맡고 있지만 경제 활동과 병행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상 방치 아닌 방치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특히 초등학교 4학년 정도에 오는 애벌 사춘기의 아이들은 조부모 등과 많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오 대표는 이렇게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해줄 것은 바로 ‘정서 눈높이 맞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도 선악 구분기준이 있고 어떻게 해줬으면, 어떻게 가르쳐 해줫으면 하는 기본 정서 있음에도 불구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소유물처럼 다뤄졌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을 소유물이 아니고 정말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봐야만이 아이들이 맘을 연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눈높이 교육은 어른이 아이들 앞에서 무릅을 굽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에 눈을 맞추는 것이 돼야 합니다. 이런 눈높이 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통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기서도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이 되면 아이들 교육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동지역아동센터의 여러 프로그램은 ‘농촌 눈높이 교육’이란 큰 그림 아래 진행됐다.
서먹서먹한 가족 관계를 풀기 위해 마련한 가족 여행프로그램은 가족들이 애버랜드나 여수 디오션에 가서 같이 풀장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가족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 서로의 고민에 대해 애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부모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요구와 존중감, 그리고 아이들이 왜 상처를 받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4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로봇 만들기 수업 결과 지난해에만 로봇올림피아드와 지상군페스티벌에 11명의 아이들이 입상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면사무소 2층에서 로봇체험전시를 열어 주민들과 방문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축구대를 만들어 축구하는 로봇을 선보였으며 식전 공연도 직접 준비해 멋진 드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영화 연극 관람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토요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겨율방학이면 하루씩 데리고 자는 ‘친구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도시 학생에 비해 부족한 학력을 기르기 위한 학습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꾸몄다. 숙제를 활용한 공부 외에 시험 기간에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공부를 도와주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이곳 센터를 다닌 오하랑(용성중 1학년)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가 끝나면 이 곳에 왔어요. 집에 혼자 있는 대신 여기에 오면 친구들이 있어 놀기도 좋고 또 센터장님이 공부도 도와주고, 저녁 밥도 여기서 먹어요. 다른 아이들은 어차피 학원에 다니니까 주말에 만나서 놀아요.”라며 수요일만 시내 학원에 다니고 식사는 센터와 연계한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같이 하는 교육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오광현 대표는 “현재 학교와 아동센터의 합리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정립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한다.
현재 이 지역에서 학교와의 긴밀한 유대가 부족하다는 게 오 대표의 진단이다. 몇해 전 교장 공모제를 둘러싼 갈등의 잔해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열정있는 교사들이 모인 학교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민들과 더욱 긴밀한 소통 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닐 것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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