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익산의 양모피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던 정마진(55·현 완주 귀농골 농장 대표)씨. 당시 10여만 원에 불과하던 월급으로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당시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화두로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20대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무슨 일이든 못하랴’하는 마음가짐과 젊은 혈기로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아내 이덕임(51)씨와 함께 처가인 완주군 구이면 덕천리로 왔다.
마을에서 구멍가게를 했던 처가에 아내와 자신의 얼마 안되는 퇴직금을 합해 여러 물건을 들여와 슈퍼마켓 수준으로 바꿨고 농사일도 병행했다. 젊은 20대 부부의 귀농생활의 시작이었다.<편집자 주>

고향이 양파가 유명한 전남 무안이었던 탓에 어머니로부터 양파모종을 얻어와 키우는 등 농사도 시작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긴 했지만 학업에만 열중한 정 씨에게 생애 처음으로 하는 농사일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본 게 다였다. 이것저것 어머니가 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던지 양파 모종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양파를 키우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요령이 생기면서 처음 한 마지기로 시작했던 양파 재배 면적이 이제는 구이면 일대 1만8800㎡에 달하며, 정씨는 이제는 버젓히 ‘귀농골 농장 대표’가 됐다.
양파를 키우던 그는 양파가 혈압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직접 섭취하기 위해 즙을 내는 기계도 만들었다.
익산에서 회사에 다닐 때 한때 최저혈압 120mg/h, 최고 180mg/h까지 올랐던 그의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주변 분들에게 양파즙을 권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정 대표의 농장에서 양파즙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이들만 전국적으로 500명에 달한다.
정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반 백 양파보다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자색양파’를 길러보기로 했다.
자색양파는 기존 양파보다 햇볕에 약하고 추위에도 약해 관리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결국 재배에 성공했다.
정 대표의 아내 이덕임 대표는 “아마 자색양파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기 전라북도에서 처음으로 들여온게 바로 우리농장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 대표는 “처음에 자색양파를 시장에 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회고했다.
농산물경매시장에 가서 직접 경매인에게 먹여보기도 하고 일일이 중국집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로 주고 “한번 써보시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 뿐, 주문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색양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일반 양파보다 달고 색도 이뻐 상품가치가 더 높다는 자부심이 그것이었다.
그런 믿음 끝에 아내 이 대표와 전주 남부시장 새벽장에 2년 동안 나가 자색양파를 직접 팔았다.
껍질을 벗겨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직접 잘라 시식하게 까지 하는 열의를 보인 끝에 정 대표의 자색양파는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색양파 즙을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서도 그의 꼼꼼한 철칙은 깨지지 않는다.
절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하면서 그의 양파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하루 대부분을 아내와 함께 양파밭에서 풀을 뽑는데 시간을 보낸다. 군데군데 있는 밭의 잡초를 제거하고 다른 밭을 돌면 또 다시 잡초가 자라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몸이 고된 만큼 자부심도 강했다. 그는 취재도중 밭에서 뽑은 자색 양파를 껍질을 벗긴 뒤 씹어 먹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맛을 보니 양파 특유의 알싸한 맛보다는 강한 단맛이 입속을 휘감고 돈다.
정 대표는 “약을 치면(농약을 사용하면) 풀이 안자라 농사일도 쉬워지겠죠. 하지만 질 좋고 맛좋은 유기농 우리양파를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양파 겉이 썩으면 썩은 부분을 벗겨 질이 떨어지는 양파즙을 만들어 내는 일부 다른 농가들과 달리, 신선하고 깨끗한 자색양파만을 고집했다.
그런 정성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정 대표는 “올해 양파시세가 많이 올랐는데, 우릴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에게는 절대 그만큼 올려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고객들과 농장의 신뢰”라고 말했다.
전북도 농업기술원 양형철 소득기술실장은 “20년 동안 많은 양파 농사 경험을 쌓은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고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며, 고객들이 계속 제품을 찾을수 있도록 좋은 제품을 공급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문득 아내 이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농사는 하면할수록 어렵고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20년 넘은 초보 같지 않은 초보 농사꾼의 한마디였다.

■양파에 대한 정보
양파의 원산지는 정확하지는 안지만 북·서인도 아프카니스탄, 그리스, 이집트 등 지중해 연안이라고 알려져 있다.
양파는 수분이 90%로 그 외에는 당질과 단백질, 비타민C, 칼슘, 포도당 등 다양한 영양분이 포함돼 있다.
최근 양파가 단순 자연 조미료의 의미에서 벗어나 약리적 효능이 많아 각광을 받고 있다. 양파즙 뿐만아닌 양파 장아찌, 양파절임, 양파와인, 생양파로 섭취한다.
양파는 비만과 다이터트, 당뇨병, 손발절임, 중풍, 피부미용, 만성피로회복, 발기부전 등에 다양한 효능이 크다.
비만과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는 콜레스테롤과 체지방, 혈전들이 녹아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때문에 소변양이 많아지면서 혈액 순환이 잘되고 손발 저림이 없어진다.
또 손발이 따뜻해져 중풍이 예방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에 좋은 것은 유화 프로필이라는 성분이 혈당치를 낮게 해줘 정상적인 혈당으로 떨어지고 피를 맑게 해줘 핼액순환이 잘된다.
유의할 점도 있다. 양파를 갑자기 많이 섭취하게 되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고 콜레스테롤과 혈전이 갑자기 많이 녹아 피가 탁해지면서 머리가 아플 경우가 있다.
그러나 3∼4일 정도면 괜찮아진다. 하루 1/3쪽 정도 계속 섭취하면 효능을 볼 수 있다.
▲양파 가격과 전망
올해 양파가격은 농가 도매판매 기준으로 상품이 평균 960원/kg 정도다. 지난해 865원/kg보다 올랐지만, 한창 올랐던 2104원/kg에서는 현저하게 많이 가격이 내렸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센터가 발표한 앞으로의 양파 전망은 올해 재배면적은 조생종은 다소 줄어 생산량이 감소되지만 중·만생종은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10a당 14%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앞으로 가격은 하락하지만 평년대비 높은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센터는 전망하고 있다.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은 6월 본격적인 양파 수확기를 앞두고 가격하락이 예상돼 양파를 간이 저장했다가 나눠 출하하는 것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중·만생종 양파는 맑은 날을 택해 상처가 나지 않도록 수확하고 저장양파는 저장력을 높이기 위해 지상부가 50∼70%도복돼 잎 부분이 푸른 상태에서 수확하고 수확시 줄기를 구근 보다 5∼7cm 정도 길게 잘라 수확하는 것이 보관에 용이하다.
수확한 양파는 온도 30∼45도 상대습도 60∼75%의 처리과정을 거치고 저장양파는 저온저장고 온도 0도 습도 70%내외로 저장해야한다./백세종기자·103bell@

<기고>
몸에 좋은 ‘양파’

전라북도농업기술원 현장지원과
양형철 지도사

양파는 토마토, 수박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세계 3대 채소중의 하나다.
양파는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등 많이 들어 있고, 색소성분이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휘발성 유황화합물이 있어 고혈압, 동맥 경화 ,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양파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8.6kg으로 전체 채소류중 배추다음으로 최고수준이다.
현재 양파가격은 농가가 판매하는 도매가격은 상품 평균 960원/kg 정도이나 1년전에는 865원/kg 으로 95원/kg 높고, 1개월전 2,104원/kg으로 현저하게 많이 떨어진 상태다.
본격적인 양파 수확기를 앞두고 가격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양파를 간이 저장했다가 나누어 출하하는 것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
중.만생종 양파는 맑은날을 택하여 상처가 나지 않도록 수확하며, 저장양파는 저장력을 높이기 위하여 지상부가 50~70% 도복되어 잎 부분이 푸른상태에서 수확하고 수확시 줄기를 구근보다 5~7cm 정도 길게 잘라 수확해야 한다. 수확한 양파는 온도 30~45℃, 상대습도 60~75%의 처리과정을 걸쳐 저온저장고 온도 0℃, 습도 70% 내외로 저장하여야 한다.
양파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에 효과가 있고, 지방흡수를 방해하여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 동서양 음식에 두루 쓰이는 양파는 생식, 샐러드로 이용하고 김치, 장아찌, 피클, 즙, 음료 형태로 개발되어 이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양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파종, 솎아내기, 복토, 수확 등 대부분 인력으로 진행되는 작업을 기계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농가 법인체 구성 및 경영 등 양파 농가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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