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촌은 예전의 농촌이 아니며, 농업도 예전의 농업이 아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안보의 문제다.
아무리 자동차와 휴대폰을 많이 팔아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농업도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고령농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소농체제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꾸준히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생존경쟁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는 새로운 농업의 화두다.
<전라일보>는 2013년 새해를 맞아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농업의 활로를 찾아 부농의 꿈을 일군 선진 농업인들을 만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일찌감치 농업의 블루오션에 눈을 떠 성공신화를 일군 농업인들을 매주 만나 그들의 성공스토리와 농업관 등을 들어볼 예정이다.
한 해 동안 이어질 ‘전원일기’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주>

■ 쌀농사만 짓던 시대는 갔다
익산에 사는 양귀철(44)씨는 60ha에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축구장 84개를 합친 면적이다. 그는 2005년 익산고구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연간 4,000톤의 고구마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무병묘 종순을 활용해 고구마 농사를 짓는 등 선진농법을 적용해 연간 1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18년전 귀농해 고창에 정착한 도덕현(50)씨는 대나무톱밥, 참나무톱밥, 쌀겨, 보리겨 등을 활용한 유기농법으로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무려 2,000송이의 포도를 수확해 화제가 됐다. 포도 2,000송이는 2kg상자로 500상자에 달하며, 무게로는 1톤, 가격으로는 1,000만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는 향후 5년내에 한 그루에 3,000송이가 열리는 포도나무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채소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무주군의 조현숙(48)씨는 2001년부터 복분자를 재배하고 있다. 조씨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복분자를 생산해 억대농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쌀농사만 짓던 시대는 갔다.
과거 ‘농자천하지대본’을 내세우며 오로지 쌀농사만을 고집하던 시대가 있었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그 시절에 쌀은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유일한 대안이었다. 새하얀 이밥 한 그릇 배부르게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논에 쌀 이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당면 문제인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쌀 증산법이 개발되고, 통일벼 등 여러가지 다수확 품종들이 잇따라 개발돼 보급됐다.
세월이 흘러 경제발전과 함께 밥 문제가 해결되고 국민들의 쌀 소비가 줄면서 한때는 남는 쌀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쌀은 애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입장에서 쌀농사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 농민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쌀값 때문에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심정으로 농사를 짓고 있을 뿐이다.

■ 농업환경 변화로 원예․특작 등 각광
농업환경이 이처럼 급속히 변하면서 이제 많은 농민들은 농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원예나 특화작목 재배, 축산, 경관농업, 식품가공 등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멀쩡한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수박이며 참외,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나무를 심기도 한다.
송아지 한 마리를 사다가 애지중지 키워 자녀들의 학자금을 마련하던 것은 이제 전설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축산하면 소 200~300마리, 돼지 5,000마리 쯤은 기본이다.
꿀벌뿐 아니라 호박벌, 나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의 각종 곤충을 사육해 연간 수억원대의 고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개나 고양이, 고슴도치, 파충류 등 반려동물을 키워 재미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종자전쟁 시대를 맞아 백합이나 국화, 안개꽃 등 국산 품종을 개발하거나 관상어 등을 키워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농가들도 있다. 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이 아니라 관광이나 체험을 위한 경관농업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
단순히 젖소를 사육하거나 콩, 배추 등 농산물을 재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치즈나 우유, 고추장․된장, 김치, 막걸리 등 2차 가공품을 생산하는 농가들도 늘고 있다.
과거 쌀농사만 짓던 시절에는 꿈도 못 꿨을 일이다.

■ 농업인 상당수가 억대 부농
이제 농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참살이’ 열풍을 타고 각종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소비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제 ‘친환경 농업’은 대세가 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쌀농사 위주의 재래식 농업은 소규모 고령농들이나 유지하고 있을 뿐 젊은 농업인들은 일찌감치 부가가치 높은 친환경 농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기농 상추를 비롯한 쌈채소만으로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농업인이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열풍은 쌀, 야채, 과일 등은 물론이고, 축산에서도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한 친환경 축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산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농업인들 상당수가 억대 소득을 올리면서 생활수준도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도시 근교나 시골에 거주하는 상당수 농업인들은 주거생활이나 취미활동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웬만한 도시민 못지않은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농업인들의 취미활동도 볼링이나 요가, 헬스, 풍물 등은 기본이고, 골프나 승마 등 고급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제 농업인들에게 억대 소득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시장 개방과 경지면적 감소, 국제곡물시장 불안, 식량자급률 저하 등 농업의 위기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선진농법을 도입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소문관기자․mk7962@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