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성공한 사람들은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사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농사로 성공을 거둔 경우는 드물다.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성공의 문턱에 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주군 무풍면에서 유기농 복분자를 재배해 가공․유통까지 하고 있는 조현숙(49)․최인수(54)씨 부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조씨 부부는 10여년 동안 실패를 거듭해 한줄기 빛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농사에 정진해 성공을 일궈가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다.

■ 20년 농사에 빚만 지고 궁여지책으로 복분자 재배 시작
무주군 무풍면 출신인 부부는 1988년 결혼한 이래 줄곧 채소농사를 지었다. 고추, 옥수수는 물론이고 각종 약초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작목은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 되지 않고 오히려 빚만 늘어났다. 어쩌다 풍년이 들면 값이 폭락하거나 병충해로 원가조차 건지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거듭된 실패로 빚이 계속 늘어나자 한때는 도시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날 남편이 복분자 농사를 제안했다.
2001년 아무 경험도 없이 복분자 모종을 사다가 ‘배추 심듯이’ 복분자를 심었다. 결과는 뻔했다. 사람이 들어갈 틈도 없이 빽빽이 자란 복분자 나무들을 보면서 부부는 또한번 절망했다.
첫해 농사를 망친 부부는 고창 등을 오가며 재배기술을 배워 이듬해 다시 복분자를 심었다. 첫 수확 결과, 불과 3,300㎡(1,000평)에 재배한 복분자가 그동안 했던 어떤 농사보다도 높은 수익을 냈다. 난생처음 돈 되는 농사를 지은 것이다.
2004년에는 재배면적을 5,000평으로 늘렸고 친환경농산물 인증까지 받으면서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2,000만원 남짓의 조수익을 손에 쥐는게 고작이었던 부부는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다. 자식 대학 보내는 것조차 망설여야 했던 부부는 이제 교육도 시키고 농사 때문에 진 빚도 갚아나갈 수 있게 됐다.
2008년부터는 오미자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만들 때 오미자즙을 소량 첨가하면 식감이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아예 오미자도 직접 재배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조씨 부부는 복분자 1만3,000평, 오미자 2,000평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복분자 15톤을 수확해 10.5톤은 가공, 4.5톤은 생과로 판매했고, 2억6,000만원의 조수익을 기록했다.
친환경으로 재배해 정직하게 판매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을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작년부터는 인근 마을주민들과 계약재배로 재배면적을 확대했다. 마을주민 10여명이 참여해 총 2만8,000평에 복분자를 재배했고, 올해에는 아예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 유기농 재배로 과실 단단하고 당도 높아
조씨 부부가 복분자 재배를 성공하기까지는 엄청난 고난이 뒤따랐다.
복분자에 대한 지식이나 농사법도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복분자 주산지인 고창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재배기술을 배우고 교육을 받았다. 24시간 복분자만 바라보면서 생육과정을 살피고 재배방법을 연구했다.
한번은 고창에서 복분자 재배교육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교육장을 찾아갔지만 갑자기 교육이 취소되는 바람에 하룻밤 잠만 자고 돌아온 일도 있었다.
재배방법도 모르고 유기농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바른 먹거리에 대한 소신만큼은 분명했다. 과실을 물에 씻을 수 없기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것 때문에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설탕도 전량 유기농설탕만을 사용한다.
조씨가 재배하는 복분자는 유기농이라 과실이 단단하다. 보통의 복분자는 따면서 손에 새까맣게 물이 들지만 유기농 복분자는 두 번째 딸 때까지도 즙액이 손에 묻어나지 않는다. 또 큰 일교차 탓에 당도도 높다.
생산도 문제지만 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물량을 생과로 판매했다. 그러나 남는 물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생과로 팔고 남은 것은 숙성시켜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행운도 따랐다.
국내 최대의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조씨가 유기농으로 복분자를 재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계약재배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살균방법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조씨 부부가 엑기스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한살림’에서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양보해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차례 클레임이 걸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7년에는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냉동고를 설치하고 항아리 등 설비를 갖췄다. 비로소 제대로 된 제품들이 생산될 수 있었고, 농촌진흥청의 컨설팅을 받아 ‘생기찬’이라는 브랜드도 개발했다.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의 ‘전북농촌여성 소득원CEO연구회’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농식품 및 아이디어 가공제품 콘테스트에 참가해 우수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 급냉시설 등 갖추면 생산량 확대 가능
복분자 재배와 가공, 판매 등 기본적인 순환구조는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재배지가 산간지역이다 보니 나무들이 추위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당초 계획물량을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복분자 주산지인 고창의 경우 노지에서 평균 1.7kg을 수확하지만 조씨 부부는 1.2~1.5kg을 수확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비가림 시설. 원래 비가림은 장마철과 수확철이 겹치다보디 작업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생산량이 두배 가량 증대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때문에 조씨는 올해 5,500만원을 들여 단동하우스를 설치할 계획으로, 무주군에 보조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급냉시설을 갖추는 것도 급선무다. 품질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관하기 위해서는 영하 42도에서 급냉을 시켜야한다. 생즙을 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급냉시설이 필수적이다. 냉동한 채 생과를 택배로 보내도 냉동이 풀리지 않고 그대로여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또 냉동창고가 갖춰져야만 생산량 확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냉동창고 설치에는 3.3㎡(1평)당 1,000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66㎡(20평) 규모의 냉동창고를 설치하려면 2억원의 돈이 필요한 셈이다.
냉동창고 뿐만 아니라 저온저장고, 물류창고, 포장용기, 기계설비 등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번 돈이 모두 투입됐다. 돈이 조금 모아지면 다시 설비에 투자하는 식으로 하다보니 현재의 공장도 여섯 번에 걸쳐 지었다.
제대로 시설들을 모두 갖추고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 수준의 위생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조씨는 “갖은 고생 끝에 복분자농사를 시작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복분자농사는 노인들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무풍면의 새로운 소득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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