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전주의 역사가 한눈에

전주천은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부근 박이뫼산 자락의 슬치리 동편계곡에서 시작해 전주도심을 관통하는 전주의 젖줄이다. 전주천 발원지인 슬치재는 해발 250m의 고개로 국도 17호선과 지방도 745번이 지나가는 호남정맥상에 있는 고갯길이다. 이 고갯길에서 시작된 전주천은 전주천쪽으로 흐르는 7~9개의 소지류들을 만나 비로소 천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길이만 41.5km, 유역면적 101.93㎢의 전주천은 천년고도 전주를 도도히 지켜온 전주의 상징이다. 뭉실뭉실 하얀 억새군락이 지천을 이루고 있는 만추(晩秋)의 전주천 100리길을 따라 걷다보면 전주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느껴진다.

▲천년고도 전주의 역사를 담는 곳=전주천 상류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5호로 승암산 기슭 발산 머리의 절벽에 위치한 누각인 한벽당이 있다. 조선초기 월당 최담 선생이 창건한 이곳 한벽당에서는 전주 8경 중 한벽청연(寒碧晴煙)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벽청연은 슬치에서 발원한 물길이 북으로 내달려 한벽당 밑 바위자락에 부딪혀 피어오르는 물안개 모습을 말한다. 한벽당을 지나 남천교 싸전다리에 이르는 길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4대조 할아버지인 목조 이안사가 전주를 떠나기 전에 살았던 주거지인 이목대(梨木臺)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남원 황산대첩을 거두고 돌아가는 길에 전주의 일가친척을 모셔놓고 축하잔치를 벌였다는 오목대(梧木臺) 도 볼 수 있다.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관학인 전주향교에 이어 태조 어용을 모신 경기전도 자리한다.

▲신문물이 시작된 곳=전주천의 시작은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힌 치명자산(致命者山)과 함께 한다. 유항검과 그의 처 신희, 큰아들 유중철과 며느리 이순이, 둘째아들 유문철과 제수 이육희, 조카 유성중 등 7명의 순교자들의 영혼이 깃든 곳이다. 천을 끼고 승암교, 한벽교, 남천교, 싸전다리를 지나면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이 참수형을 당한 최초의 순교터이며 호남의 모태본당이 된 전교의 발상지 ‘전동성당’이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유항검(아우구스티노) 등이 능지처참형을 당한 숭고한 치명터인 이곳은 이들의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기어진 곳이다. 1908년 건축해 1914년 완공된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개신교의 출현과 신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도 전주천이다. 싸전다리를 지나 다시 매곡교와 서천교 완산고를 지나면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물을 볼 수 있다. 1906년 서문밖에는 기와집 벽돌로 지은 교회당이 세워지는데 이곳이 바로 개신교의 상징인 ‘서문교회’다. 서문교회 맞은편에 자리한 현재 앰마오 사랑병원이 있는 자리는 구한말에 들어온 외국인 선교사들이 정착하면서 의료사업을 포교하기 위해 세운 구 예수병원 자리기도 하다. 인근 신흥학교와 기전학교는 신식교육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민중의 소리를 들어준 곳도 전주천이다. 1894년 4월 27일 서문밖 장날 동학군들이 장꾼들과 함께 시장 속에 들어와 있다가 용머리고개에서 대포 소리가 터져 나오며 일시 서문과 남문을 통해 전주성으로 들어갔다. 농민군과 관군은 4월 48일부터 5월 3일까지 전주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다.

▲전주천 시민과 호흡하다= 2008년 5월 22일 전주천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전주의 주상인 승암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한 전주자연생태박물관. 1급수 청정한 수질에서 서식하는 쉬리를 형상화한 이곳은 전주천의 자연형하천조성사업의 성과와 변화된 모습 생태적인 환경을 알리고 있다. 또 전주천 둔치에 마련한 수변생태공원에는 어류은신처 수생식물과 물억새, 수크렁 갯버들 등 야생화 12만505본이 식재돼 습지정화와 수생식물에 대한 체험학습과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늦가을 천을 따라 장관을 이루는 물억새도 전주천이 시민과 호흡하는 물줄기임을 다시 확인 시키고 있다. 전주천 전역에 걸쳐 군락을 형성하면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처이며 휠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물길 전주천은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1000년을 지켜온 전주천이 앞으로의 1000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하천 스스로 만들어가는 물길을 막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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