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전주를 비롯 도내 의료 현대화에 앞장선 예수병원 12대 병원장을 역임한 설대위(David John Seel)박사의 미망인 설매리(Mary Bachelor Seel·사진)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설 여사는 최근 병세가 악화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버밍햄 의대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8일 현지시각 오전 11시 30분 숨을 거뒀다. 향년 87세.

설 여사는 한국전 직후인 1954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전주 예수병원에 남편 설 대위 박사와 함께 도착했다.

설 여사는 남편과 함께 한국전쟁의 폭발물 부상 환자, 굶주림에 기력을 잃은 아이, 전염병 환자를 치료하느라 수많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설 여사는 또 예수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와 병리과를 개설하고 전산화 기틀을 세웠으며 기독의학연구원의 발전을 돕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했다. 그녀는 1958년에 몸을 돌보지 않는 과로로 인해 심각한 요통을 얻기도 했다.

그의 남편 설대위 병원장은 예수병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 헤아릴 수 없는 업적을 남기고 국경을 초월한 인술을 펼쳐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976년 설 병원장에게 국무총리 표창과 197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조용한 시골 마을의 노부부의, 큰 의료업적을 남긴 부부의 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아담한 집에는 지금도 한글 이름의 문패가 걸려 있다고 한다.

설 여사의 장례식은 다음달 4일 치러지며 기념예배는 11일 열린다. 유족으로는 장남 존 실 2세(John Seel·51·작가·대학교수)와 장녀 제니퍼(Jennifer·49세·교사), 크리스틴(Christine, 의과대 교수). /백세종기자·103bell@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