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준호의 일부분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준호가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장기기증 후 세상을 떠난 5살 아이의 아빠가 병원에 보낸 ‘눈물의 편지’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

14일 전북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져 장기기증을 한 준호(5)의 아버지가 최근 병원에 편지 형식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 등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편지에는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라며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아들 좋은 일 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썼다.

준호의 아버지는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고, 너처럼 잘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이 세상에서 못 다한 인연, 다음 세상에서는 오래오래 함께 하자. 우리 아들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게”라고 끝을 맺으며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래에 비해 영특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준호는 지난 7월 초 물놀이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7월 28일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고 준호의 부모는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크나큰 슬픔 가운데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달리 보면 아들 몸의 일부분이라도 세상에 남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준호의 심장과 간, 신장은 만성질환 환자 3명에게 전해져 새 삶을 살게 됐다.

특히 신장의 경우 준호의 신장이 작아 신장 두 개를 한 명의 성인환자에게 한꺼번에 이식하는 고난도의 수술이 시행됐다.

병원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부모님의 숭고한 결정에 새 생명을 얻은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며 “아버지가 쓴 편지를 보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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