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명문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교육방법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지침때문일 것이다.

원광대 초빙교수인 조용헌씨가 램덤하우스에서 펴낸 ‘조용헌의 명문가’는 상류층의 사회적 책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한국 명문가를 소개하고 있다. 동양학자이며 칼럼자답게 수려한 문체로 그려낸 이 책은 ‘무엇이 명문가를 만드는가?’와 ‘명문가를 만든 DNA’를 양대 축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책에 소개된 명문가는 정읍 평사리 강진김씨 고택을 비롯해 안동 고성이씨 종택, 전주이씨 광평대군파 고택와 ‘천문과 지리의 이치를 빌려 인재를 낳다’란 주제의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대종택, 그리고 ‘도덕적 카리스마로 마음을 얻다’로 논산의 명재 윤증 고택 등이다. 여기에 문화재 보존과 독립운동을 병행했던 간송학파의 머리 전형필 집안 등은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과 문체로 명문가를 짚어낸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현재 한국은 찢어지고 분열되었지만 이를 통합하는 방법이나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정이 있으면 반이 있고 그 다음에는 합이 나온다고 배웠는데 어찌 우리는 정, 반만 있고 합이 없는가”란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더욱이 이 책은 저자가 7년전 문명을 있게 한 역작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의 후속작으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선 500년과 근세를 관통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발휘했던 대한민국 명문가들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작이 명문가를 만드는 요소와 원칙에 비중을 두었다면 후속작인 이 책에서는 명문가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행동양식과 그들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그리는데 더 천착하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때문에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만큼 생동감이 넘쳐난다.

‘조용헌의 명문가’가 조명하는 또 하나의 굵직한 틀은 책에서 거론하는 명문가들이 태동하고 성장하던 시기에 발생한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과 당대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유명 인사에 대한 집안 내력의 탐색을 넘어 진정한 명문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들의 행동지침에 발을 맞추다 보면 이 책이 갖는 냉정한 판단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명문가’란 정의를 위해 마음만 먹지 않고 몸소 행동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집안들은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데 모범이 되는 명문가”라며 “이렇게 사분오열 찢겨진 상황에서야말로 제대로 된 명문가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덕기자· 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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