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한에 목욕은 꿈도 꾸지 못하지. 관정을 파도 물이 나오질 아녀, 그야말로 물과의 전쟁이여.”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 백운마을 송춘희(63) 이장은 8일 마을 어귀에 서서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웃집 애경사가 있을 때면 마을 주민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돕는 정이 넘치는 곳이었지만 요즘은 물 사용문제로 인해 윗집과 아랫집의 다툼도 예삿일이어서 “주민들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원망을 늘어놓았다.
이웃집 최희선(56)씨는 “동네 몇몇 집은 설거지도 하고 청소까지 한 물을 화장실에서 재활용하다보니 용변 후 물을 내리면 집안 곳곳에 악취까지 풍긴다”며 "이대로 가뭄이 지속된다면 마을 주민들 모두의 건강까지 위협받게 생겼다“고 울상 짓는다.
17가구 4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백운부락 주민들은 최씨와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하루빨리 식수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계곡물을 모터로 끌어와 식수로 활용하고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에는 모터까지 고장이나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했다.
임실군의 지원을 받아 이미 세 번 이나 관정을 파 보았지만 고랭지인 탓에 그마저 여의치 않아 언제 시원한 물소식이 있을지 캄캄 무소식이다.
해발 300m높이의 완주 상관면 원의암 마을의 물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27세대 37명의 주민들이 재배하던 콩과 무, 배추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타 죽은지 오래다.
관정을 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을 주민이 적어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마을주민 김명희(48)씨는 “자난가을 들깨와 콩은 꽃도 피지 않은데다 아예 열매를 맺지 않아 수확도 못했고 배추마저 타들어가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올 1월부터 식수난을 겪고 있는 마을마다 비상급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예비비를 활용해 암반관정을 개발해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까지 가뭄을 해갈할 만한 비소식이 없어 도내 지역에서 식수난을 호소하는 마을은 더욱 늘 것으로 보여진다./남양호기자·nyh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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