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수탈 당했던 고된 삶의 무게 되짚어 본다

군산역사관 내년 4월 26일까지 '가마니-농민들에게 지워진 무게' 기획전 쌀과 함께 수탈의 상징 '가마니' 통해 당시 노동과 삶에 짓눌린 역사 재조명

2025-11-25     이재봉 기자

일제강점기 군산지역 농민들이 겪었던 고된 삶의 무게가 전시장 안에 다시 놓인다.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이 26일부터 내년 4월 26일까지 기획전 '가마니-농민들에게 지워진 무게'를 열고 쌀과 함께 수탈의 상징이었던 ‘가마니’의 실체를 전면에 드러낸다.

단순한 포장재로 여겨졌던 가마니가 어떻게 농민들의 노동과 삶을 짓눌렀는지, 그 잊힌 역사를 되짚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독립기념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정책방송원 등 12개 기관이 자료를 제공하며 신뢰성과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역사관은 가마니가 조선 농촌 경제와 수탈 구조에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전시를 3부로 구성했다.

1부 '욕심이 깃든 물건, 가마니’에서는 조선 전통 섬과 가마니의 원형을 소개하고, 일본에서 들여온 방식이 어떻게 토착 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일제의 경제정책 속에서 ‘가마니’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식민지 수탈 체계의 시작점이었음을 보여준다.

2부 ‘쌀 수탈과 가마니’는 일제의 산미증식계획 아래 가마니 수요가 폭증하면서 벌어진 현장 상황을 집중 조명한다. 농민들은 늘어난 쌀 공출량뿐 아니라 가마니 제작까지 떠맡아야 했고, 이는 또 다른 형태의 강제노동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마니 검사 규칙’ 제정으로 농민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불량 판정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해야 했던 현실이 문헌과 유물로 구성됐다.

3부 ‘또 다른 수탈, 가마니’에서는 일제가 군수물자 확보 차원에서 추진한 가마니 공출과 보국운동을 다룬다. 당시 농민들이 남긴 일기, 소설 등 문학 자료를 통해 가마니가 어떻게 민중의 삶을 지배하고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생생한 증언을 전달한다.

전시 말미에는 관람객이 가마니를 실은 지게를 직접 메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무게를 견딘 사람들의 삶을 체감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 역사관 측 설명이다.

역사관은 매년 두 차례 일제강점기 관련 기획전을 선보이며 군산의 식민지 시기 생활상과 구조적 수탈을 꾸준히 조명해왔다. 향후에도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학생들이 역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중규 박물관관리과장은 “가마니는 쌀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일제가 농민에게 지운 또 하나의 짐이었다”며 “이번 전시가 농민들이 겪은 고난과 설움을 되새기고, 일제 수탈의 실상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