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전통시장, 생동감 속에 숨은 불씨를 지켜내야 합니다

2025-11-24     전라일보
/ 전주완산소방서 대응예방과 소방위 채경희.

겨울이 다가오면 전통시장은 한층 더 활기를 띱니다. 김장철을 맞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젓갈가게, 갓 튀긴 어묵을 건네는 상인의 미소,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전통시장은 지역의 온기를 대표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 생동감 뒤에는 언제든 화마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좁은 통로, 노후된 전기배선, 가연성 자재 등 구조적 특성이 화재를 키우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는 5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 번의 불이 점포 수십 곳을 잿더미로 만들고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시장은 현대적인 소방시설이 부족하고 점포 간 간격이 좁아 초기 진화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에 전주완산소방서는 상인회와 함께 매달 전통시장 ‘안전하기 좋은 날’ 캠페인을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전열기구의 안전사용을 안내하며, 소화기 및 소방시설의 점검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상인 스스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자율소방대를 운영하고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현장훈련도 꾸준히 실시해 초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제품을 동시에 여러 개 사용하는 ‘문어발식 콘센트’나 사용 후 전원을 끄지 않는 난방기구는 전통시장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입니다. 점포별 전기사용량을 살펴보고, 주기적으로 누전차단기를 테스트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화재 발생 시 대피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비상통로에 물건을 적치하지 않는 습관도 중요한 안전 실천입니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삶의 터전이자 지역경제의 심장입니다. 김장철 김칫속 향이 골목마다 퍼지고 난방기 열기로 유리창이 하얗게 김 서린 점포들은 겨울의 풍경을 닮아 더욱 정겹습니다. 이 따뜻한 일상이 어느 날 화염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전기선 하나, 난로 하나를 점검하는 손길이 상인들의 생계와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이 됩니다.

‘우리 시장은 우리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상인과 시민, 그리고 소방이 함께한다면 전주의 겨울은 더욱 따뜻해지고, 시장의 불빛은 결코 화마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