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해악

2025-11-24     전라일보
초가공식품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피자, 감자튀김, 청량음료 등등. 이들 식품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라는 점이다. 초가공식품이란 원재료 특성을 찾을 수없을 정도로 으깨지고, 정제·변형·조합된 식품이다. 여기에는 각종 유기화합물까지 첨가돼 맛을 낸다 .1980년대부터 일반화 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식품의 대다수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식단에 오르는 식품의 50% 이상이 초가공식품이다. 이 용어는 2009년 브라질 연구팀이 개발한 노바 식품 분류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역학 데이터들에 의하면 초가공식품 섭취는 당뇨병과 비만, 심혈관 질환, 특정 암, 우울증 등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식품의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마치 마약처럼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먹은 뒤 후회하면서도 또 다시 먹게 된다는 점이다. 이 악순환이 사람들의 건강을 크게 해치는 셈이다.

근본적 원인은 역시 산업화에 있다. 식품 기업들은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공법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구미를 당기는 절묘한 맛과 식감 그리고 향 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예컨대 식물성 고기와 제로 음료, 저지방 요거트와 과일칩, 스무디 등도 초가공식품에 속한다. 얼핏 보면 건강식으로 보이는 이들 식품들은 설탕이나 인공 향료, 유화제, 감미료 등이 듬뿍 들어간다. 식품 기업들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더 많이 사도록 유도한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뇌 구조가 변형돼 과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맥길대와 핀란드 헬싱키대 공동 연구팀은 3만명 이상의 뇌를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와 뇌 구조 변화 사이에 우려스러운 연관성을 발견했다. 피실험자들의 뇌를 MRI를 통해 분석했더니 초가공식품 섭취는 식욕 조절에 중요한 여러 뇌 구조의 조직 미세구조 변화에 관련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측좌핵, 시상하부, 창백핵, 피각, 편도체 등이 초가공식품 영향을 받았다. 요컨대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 이상이나 비만은 물론 뇌 부위까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놀라운 결과다. 뇌를 바꾼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연구진의 결론은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식품 제조 규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초가공식품을 자제하는 것은 개인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가공식품 섭취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 섭취 에너지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25%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마땅하다. 정밀한 연구를 토대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 기업 스스로도 건강한 방식의 제조법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