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가속

2025-11-23     전라일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질학상 충적세 간빙기다. 충적세를 홀로세라고도 부른다. 좀 어려운 용어지만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신생대 제4기에 해당한다. 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시작된 시기로 당시 인류는 구석기 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빙하기에는 극한 기후가 심해 정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떠돌이 생활을 했다. 하지만 간빙기가 되면서 비로소 정착과 농경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인류 문명이 발생하는 데 이르렀다. 간빙기의 특징 중 하나는 기후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상당폭 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1850년대부터 1900년 기온을 평균으로 삼아 비교하는 데 지난 2023년 현재 1.45도 상승했다. 이 정도가 무슨 문제냐는 반문이 나올법하지만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도는 약 500만년 동안 평균보다 2도 이상 올라본 적이 없다. 따라서 2도 이상 오르면 어떤 상황이 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로서는 가뭄이나 홍수, 혹서나 혹한, 해수면 상승, 생물종 멸종 등 자연재해가 격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 노력이 바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195개 협약 당사국들이 모여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물론 2도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가능한한 이 선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2024년 결국 지구 평균 기온이 1.55도 상승하고 말았다.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는 무너졌다. 물론 지난해에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엘니뇨라는 특수한 자연현상이 있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1.5도를 넘었다는 해석도 있다.

올해 지구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기구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는 최근 올해 글로벌 탄소 예산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81억톤으로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5도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추세라면 4년후에는 1.5도 목표 유지에 필요한 배출량 1700억톤을 모두 소진할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탓으로 분석됐다.

1.5도를 넘었다고 당장에 파국이 오는 것은 아니다. 아직 2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재난 발생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2024년의 경우 각종 자연 재해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이 무려 4170억달러에 달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 인사들이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부르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외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