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질문하는 교육부터 다시

2025-11-23     전라일보

대한민국이 AI 확산 속도를 놓고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다. 정부·정치권은 “전국민 AI교육”을 외치고, 학교 현장도 서둘러 AI 수업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지나치게 ‘사용법 연수’에 머물러 있다. 버튼 누르는 법, 기능 설명, 챗봇 활용 튜토리얼이 교육의 중심이 되는 순간, AI 시대의 진짜 핵심을 놓치게 된다. AI교육의 본질은 기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선 AI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OECD와 국내외 연구진은 AI 시대의 문해력을 ‘읽기·쓰기·계산’에 버금가는 기초 역량으로 규정한다. 핵심은 “AI를 얼마나 오래 쓰느냐”가 아니라 “AI의 구조·한계·편향을 이해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라는 점이다. 결국 질문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방식으로 답을 검증할지에 따라 AI 활용의 성패가 갈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용법 교육’이 아니라 ‘질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용법은 기계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금방 구식이 된다. 반면, 질문 설계 능력(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신기술로 자리 잡았다.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을수록 답변의 정확성과 깊이가 높아진다는 실험 연구가 이어지면서, 질문력 자체가 학습 성취를 좌우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AI 활용 능력은 나이에 비례해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연구에서 오히려 시니어층이 더 신중하게 결과를 검증하고, 언어·어휘·사회규범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 AI 답변의 맥락을 구조화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는 분석이 등장한다. AI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기억력’이 아니라 ‘질문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지식 암기와 계산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문제를 정의하고, 재구성하고, 다양한 관점을 추출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국가와 기업은 기반 모델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를 책임지고, 학교·지자체·평생교육 시스템은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시민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윤리, 데이터 편향, 프라이버시, 출력 검증 방법, 질문 설계와 수정 전략 등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AI를 쓰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AI의 답을 의심하고 다시 묻는 교육”이 새로운 공교육 과제가 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승부는 사용법이 아니라 질문력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