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위험의 외주화'...전북 하청업체 사고 빈번

- 최근 3년간 전북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36건...이 중 하청 사업장에서만 21건 발생(사망 22명) - 고위험 작업을 협력업체에 위탁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비용절감에 치중하다 보니 사고 위험 높아져 - 전문가 "외주화 제한·원청업체 책임 강화 필요"

2025-11-19     홍건호 기자

 

전북지역 각종 작업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의 상당수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고 있어 외주화 제한이나 원청업체 책임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건수는 총 3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22년 6건, 2023년 10건, 지난해 20건으로 3년 새 400%가 증가했다.

특히 이 중 60%(21건)가 하청 사업장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22명에 이른다.

실제 지난해 11월 김제의 한 식료품 제조 공장에서 천장 공사 작업을 하던 작업자 A씨(60대)가 2m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발생 19일 만에 끝내 숨졌다.

해당 공사는 원청인 식료품 공장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작업이 진행됐었고, A씨는 해당 업체 소속 근로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022년 3월 김제시 새만금 수변도시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를 몰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B씨(60대)도 웅덩이에 빠져 숨지진 바 있다.

이처럼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산업현장에서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원청은 해당 위험 업무를 하청에 남기면서 안전 책임에서 벗어나고, 하청은 인건비 등 비용절감에 치중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현재 산업현장의 사고 발생 시 원청은 ‘하청의 일’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원청이 지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 역량 평가’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저가 입찰 업체 위주로 선정되는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부가 평가의 진정·실효성을 직접 점검하고 역량있는 업체를 선정하도록 강제해야 할 때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도 총 887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 이 중 62%(552건)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