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위축

2025-11-18     전라일보

 

대마는 마약류 가운데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마약이다. 대략 150여개국에서 대마가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쉽고 값도 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으로 2억명 정도가 대마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대마는 약간의 가공을 거쳐 마약이 되는데 마리화나의 경우 개화기에 채취된 잎과 꽃을 말린 것이다. 이를 섭취하면 소량에서는 이완 작용 혹은 진정 작용이 나타나지만 양이 많아지면 환각작용이 온다. 멍한 상태가 되고 졸림이나 즐거움, 행복감, 감각의 변화 등이 닥친다.

대마에 중독되면 호흡곤란이나 심박수 증가, 환각, 편집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대마 사용 장애라고 하는데 끊지 못하면 뇌 손상을 비롯해 과민성이나 수면 장애, 우울증, 고혈압, 심장질환 등등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대마가 의료용이나 산업용으로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경우는 헴프(Hemp)라고 부른다. 헴프는 칸다비디올 즉 CBD 성분을 많이 함유하는데 이것이 염증 완화와 통증 감소, 뇌 신경질환에 특효가 있다. 이 경우 대마를 사용하면 그 어느 치료제보다 확실한 효력을 볼 수 있다. 수면 유도나 피부 개선, 염증 완화에도 대마는 효과를 낸다. 반면 CBD에는 중독성이나 환각성이 없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태국 등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심지어 독일이나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기호용 대마까지 허용했다.

이렇게 대마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서 대마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 규모는 의료용과 산업용을 합해 대략 130조원 내외의 규모로 본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의료용 대마 이용에 소극적이어서 109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환각 성분인 THC와 의학적 효능이 입증된 CBD 성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규제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고순도 CBD 추출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도 제품 생산이나 판매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필요한 대마약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비싼 수입약 탓에 환자와 의료보험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불법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오남용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내 관련업체의 피해도 크다. 정부는 2018년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이어 2022년 의료용 대마 국내 제조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한 입장인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정부가 부정적인 측면을 주목하면 할수록 우리나라가 의료용 대마 불모지가 될 우려가 있다. 전향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