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의 시간과 선의 기록’ 제23회 전주누드크로키전
2025-11-17 박세린 기자
고요히 쌓여 온 선(線)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주누드크로키회는 18일부터 23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전시실에서 ‘제23회 전주누드크로키전’을 연다.
2002년 첫 창립전을 시작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온 전시로, 올해는 16명의 작가가 참여해 100여 점의 누드크로키 작품을 선보인다.
단순한 드로잉을 넘어, 감정과 집중, 육체성과 리듬이 배어 있는 선의 집적(集積)이 하나의 전시로 구현된다.
매주 월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크로키 시간은 단순히 스케치를 위한 훈련이 아니다. 긴 시간 누적된 작가들의 꾸준한 연습과 자기 탐구가 자리한다.
한 주의 시작이자 끝이 교차하는 시간, 작가들은 공통된 리듬에 몸을 맡기며 선을 긋고 또 지우며, 반복된 움직임 속에서 자기만의 작업 언어를 만들어 왔다.
올해 전시는 강호준, 김근미, 백금자, 손미녕, 송숙자, 신원섭, 심남열, 염지원, 유대영, 이경례, 이경주, 이점례, 장순자, 정해춘, 황남현, 황지유 등 1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각 작가는 자신만의 재료와 기법으로 ‘몸’을 해석해 나간다.
누드 드로잉은 때때로 대중에게 어렵거나 낯설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에 직면한다.
전주누드크로키회 관계자는 “3분 내외의 짧은 포즈, 크로키에서는 빠르고 유연한 목탄선이 포즈의 박진감을 잡아주고, 어떤 작가는 먹과 붓의 번짐으로 모델의 숨결을 표현한다”라며 “전시를 통해 여러 시민과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이길 바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