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혁명 제자리

2025-11-14     전라일보

 

기후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인류의 에너지 사용에 일대 혁명이 필요하다는 데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지금처럼 마구 쓰다가는 지구가 병들고 사람들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 혁명의 주역은 단연 수소다.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른바 수소경제다. 아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미래를 향한 전망은 대체로 밝다.

일찍이 수소경제를 역설하는 사람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다. 그는 2002년 낸 저서 수소경제에서 2028년이면 화석연료 시대가 막을 내리고 수소 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소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데다 공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수소가 가장 민주적인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들이 수소 에너지 소비자이자 공급자라는 설명이다. 결국 세계는 빈부격차가 줄고 제3세계도 빈곤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의 권력구조도 바뀔 것이라고 리프킨은 예상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의 말은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수소 관련 기술은 아주 느린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특히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고비용이나 환경 저해적 요소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로서는 생산 단가가 너무 높아 시장성이 부족하다. 거기에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역설적 상황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레이 수소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1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그 해결책은 블루수소와 그린 수소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완전히 포집하거나 아예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 전력 없이 태양광만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탄소 분산형 청정수소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른바 인공 광합성 수소 기술이다.

지난 3일 서울에서는 제4수소의 날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수소연합회 김재홍 회장은 수소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핵심 기반이자. 3천조원 규모로 성장할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라며 정부가 일관된 정책적 지원으로 수소경제를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이행계획을 수립하며 기반을 다져왔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고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등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수소경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의 성장 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 에너지 혁명이 구호에만 그치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흔들린다. 게다가 시장도 아직 수소의 가격경쟁력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 투자만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 민간 투자를 끌어오는 특단의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