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상업화 비판
1960년대 우리나라 독서계를 강타한 소설이 있다. 제목은 ‘군협지’. 이 소설은 중국기정무협소설로 칭해지는 무협소설이었다. 대만 작가 와룡생이 쓴 것으로 우리나라 소설 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몰이를 했다. 우리나라 무협 소설의 기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는 일찍이 부모를 여읜 소년이 비명에 간 양친을 위해 무공을 익히고 강호에 뛰어들어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무술은 물론 강호 협객의 길, 음모 술수, 연애 등이 버무려져 있었다. 이 소설의 주 무대 중 하나가 바로 소림사다.
이 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자태의 소실봉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서원평이 소림사에 잠입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여기서 소실봉은 숭산의 한 봉우리로 소림사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서원평이 홀로 여기로 온 이유는 무림을 호령하는 소림사 무공을 담은 달마역근경을 손에 넣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소림사는 당나라 초기부터 무술의 성지로 이름을 날렸다. 애초에는 선불교의 발상지다. 서기 520년경 인도 승려 달마대사가 이 절에 정착한 뒤 선불교를 개창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더 익숙한 것은 바로 소림사 무술이다. 소림사 무술은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다. 권법에서부터 곤법, 장법, 그리고 진법 등이 있다. 무협소설에서는 이를 통틀어 72종 소림절예라고 부른다.
물론 무협소설의 소림사 관련 내용들은 대부분 허구다. 공중을 날고 손에서 장풍을 뿜어내는 것은 그저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다만 소림사 승려들이 고강한 무예를 가졌고 역사적으로 난국에 처할 때마다 이를 발휘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소림사 주지 스융신이 최근 승려 자격을 박탈당했다. 스융신은 38년 동안이나 사찰을 운영하면서 상업화를 통해 큰돈을 벌어들인 인물이다. MBA 출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사찰 자산을 횡령하는가 하면 여러 여성과 오랜 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혼외자까지 두어 비난을 샀다. 그가 돈을 긁어모으는 수단은 다양하다. 우선 입장료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한해 300만명이 찾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가 하면 약국병원을 세우고 무술 쇼 공연을 벌이는가 하면 소림이라는 상표로 온갖 물건을 팔았다. 결국 중국 당국은 들끓는 비판 여론에 따라 스융신의 승적을 박탈하고 자리에서 축출했다.
중국 선불교 발상지인 소림사 추락은 가슴 아픈 대목이다. 우리나라 불교 역시 중국 선불교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 당국도 차제에 종교의 돈벌이를 규제하고 나섰다고 한다. 돈으로 종교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인들의 행태도 이제 변할 때가 됐다. 수백만원 짜리 염주를 산다고 해서 구원을 얻을 수는 없다. 종교와 돈 관계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