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구현승 장수소방서 대응예방과 구급팀 소방교

2025-10-22     엄정규 기자

만약 내 눈 앞에서 소중한 가족이 갑자기 쓰러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19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의 몇 분, 바로 그 시간이 생사의 갈림길이다.

심정지 환자의 뇌는 4분이 지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는다. 하지만 119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평균 8분 이상 걸린다. 결국 내 가족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심폐소생술(CPR)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쓰러진 환자가 호흡하지 않는다면, 즉시 119에 신고한 후 환자의 가슴 중앙을 두 손으로 강하게, 그리고 빠르게 눌러주면 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깊이 5cm 이상 압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하지 않아도 가슴 압박만으로 충분히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비치된 곳이라면 지체 없이 사용해야 한다. 기기가 음성 안내를 해주므로 누구나 쉽게 작동할 수 있으며, 119 신고 시에도 구급 상황 요원이 실시간으로 행동을 안내한다.

당황하지 않고 지시에만 따라 한다면 누구나 구조자가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격자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환자의 생존율은 2~3배 이상 높아진다. 이 말은 곧,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은 구급대원이나 의료진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전국 소방서는 누구나 쉽게 CPR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만 배워도 평생 잊지 않고 쓸 수 있는 기술이기에, 꼭 시간을 내어 교육에 참여하시길 바란다.

심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용기 있는 두 손은 생명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바로 심폐소생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