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 아우른 글로벌 서예 문화의 장 실현"

송하진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인터뷰

2025-09-21     박세린 기자
송하진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이 제15회 세계서예비엔날레 프로그램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원철기자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살아 있는 움직임과 에너지를 품는다.  제15회 세계서예비엔날레가 26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한 달간 전북 14개 시군 전시관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다.  특히 유네스코 등재 추진, 종교 간 화합, 국제 교류 확대 등 굵직한 의제를 아우르며 ‘서예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 그 방향성에 대해 송하진 조직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주제인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의 ‘정(靜)’은 본성과 앎, 본질을 지키는 내적인 힘을, ‘동(動’은 변화와 확장, 새로운 시도를 뜻한다. 

이 두 가지가 어울려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서예의 길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취지다. 

즉, 본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미래 서예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예의 진정한 창작능력과 새로운 글씨를 자기의 의도대로 탐구해 나가는 것으로서 법고창신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다. 옛것을 뿌리로 삼아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다. 서예는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전통 위에 새로움을 더하며 미래로 확장되는 살아 있는 예술임을 직접 느끼시길 바란다. 

 

▲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展)’과 같이 종교와 서예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신 이유와 행사에서의 의미에 대해 궁금합니다.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展)’은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서로의 신앙과 삶을 존중하며 ‘종교화합’이라는 큰 뜻을 나누는 자리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기독교 등 각기 다른 전통과 교리를 담은 경전들이 서예라는 예술을 통해 하나의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1,0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빚어낸 이 웅장한 작품의 향연은 이번 행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의 울림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글서예의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비엔날레에서 중점적으로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위한 발판을 다지기 위해 한자보다 한글서예가 중심이 되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특히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청년시대소리 정음전에서는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재해석 작품의 시도, 즉 미술․회화와 접목하는 융복합전을 개최하는 등 실험적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예술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또한 국제, 국내학술대회에서 한글서예의 독창성과 학문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자료를 축적하고자 학문적으로 조명하도록 했다. 

 

▲해외 서예인과 주한 외국 대사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바라는 국제적 성과나 변화가 있다면?

해외 작가와 주한 외국 대사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곧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단순한 국내 행사를 넘어 국제적인 예술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비엔날레의 위상이 높아졌고, 세계 속에서 더 넓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 성과나 변화가 있다면 한글서예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이다. 매년 공공외교 차원에서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등 선진 문화도시에서 서예전시는 물론 체험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K-Culture와 함께 외국에서 인기가 높아진 걸 알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주한 외국 대사의 참여국 통계 수치를 보면 2023년보다 약 13개국이 늘어난 42개국이 참가하는 등 확연히 늘었다.

▲앞으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서예 문화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이나 전략이 있다면? 

서예문화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실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글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의 큰 목표 중 하나다. 

이는 한글서예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고 인정받는 계기가 되며, 후대에 전승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등재 신청 요건 중 하나인 전승 가능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학교 교육 강화 및 한글 서예체 개발 등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을 완성도 높게 건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상설전시는 물론 학술 활동, 체험 행사, 국제 교류를 아우르는 복합문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세계 서예인들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세계서예비엔날레는 전북 도민이 자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의미 있는 행사가 아닐지 생각한다. 전국적으로도 규모와 비중에서 손꼽히는 서예 축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도내 서예사의 맥을 총망라하는 ‘서예역사전’을 추진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다. 서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이번 제15회 세계서예비엔날레가 도민과 함께하는 문화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박세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