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더 이상 농촌에만 가둘 수 없다”

2025-05-19     정승운 기자

"농업을 농민과 농촌의 영역에만 가둬서는 한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산업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최근 필자는 한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했다.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지작 소장이 출연해, 농업을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흥미로웠던 점은 농사를 짓는 ‘일’이 아니라, 가공·발효·수출·에너지화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농업을 풀어낸 방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 6일 전북 장수군을 찾아 "농업을 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농민 보호 정책이 아니라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농업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60조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규모가 수십 년째 정체돼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땅은 늘지 않고, 농산물 단가는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농식품 산업은 빠르게 팽창 중이다. 글로벌 농식품 시장은 2030년까지 약 9.7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고소득화가 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남 소장이 소개한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의 농식품 기업 '올람(Olam)'은 연 매출 70조 원 규모로 한국 전체 농업 GDP보다 크고, CJ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우유 없이도 치즈를 생산해 피자를 만든다. 이는 농업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미래 산업'의 실체다.

이런 관점에서 김제는 단순한 평야 도시가 아니다.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부지가 인접해 있고, 대규모 공물 사일로, 바이오에탄올 생산시설, 대체 유제품 발효공장 같은 농식품 기반 제조업이 들어서기에 최적지다. 김제는 농업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제조·수출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지금 김제가 준비할 것은 '농촌 진흥'이 아니라 '농업 재정의'다. 농업이 산업으로 기능하려면 기업 생태계와 시장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김제는 그 실험을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땅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시한 ‘김제형 농업산업 클러스터’ 구상은, 단순한 공약을 넘어 김제시가 보유한 농식품 제조 인프라와 맞닿아 있다. 김제는 이제 ‘평야의 도시’에서 ‘농업 미래도시’로의 전환을 실험할 최적지다. 한국 농업을 살릴 실마리는 김제 같은 도시의 새로운 상상력에서 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