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협력으로 수소 산업 전문 인재 기른다...완주 수소에너지고등학교
전북 글로컬특성화고 가운데서도 평균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학교가 있어 눈길이 쏠린다. 완주에 위치한 ‘수소에너지고(전북하이텍고)’가 그 주인공이다.
도제기계과·부사관전기과·드론항공과를 운영해 온 전북하이텍고등학교는 전북글로컬특성화고에 선정되며 ‘수소에너지고등학교’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교육과정이 대폭 변경되는데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소분야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 만큼 지난해 준비에도 정성을 기울여왔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지역 산업에 발맞춘 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소에너지고등학교를 찾아가봤다.
▲수소에너지고등학교는
수소에너지고등학교는 1952년 처음 사립 삼례고등학교로 문을 연 이래 완주지역 특성화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지난 2020년부터는 전북하이텍고로 교명을 변경해 운영해왔으며, 지난 2023년 전북글로컬특성화고 신산업·신기술 분야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교육과정 혁신에 들어갔다.
지난 2024년 신입생의 경우 도제기계과와 부사관전기과를 폐과하고 드론항공과만을 모집한 것도 교육과정 변경의 토대를 쌓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를 토대로 수소에너지고는 올해부터 2개 과 4개 반, 72명의 신입생을 모집, 본격적인 수소 관련 교육과정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수소 산업 분야가 크게 주목받고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진행된 신입생 설명회에서는 230여 명의 학생·학부모들이 참여해 설명에 귀 기울이고, 학교의 비전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에 들어간 결과 수소에너지고는 전북글로컬특성화고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 올해 수소에너지고의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3.3대 1로 전북글로컬특성화고 1.4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교사들의 열정 역시 남다르다.
전북지역 대다수 중학교를 3번 이상 찾아가며 우수한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각종 연수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우수한 실력을 지닌 학생들도 우리 학교의 비전에 큰 관심을 보여 좋은 모집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도내 중학교 200여 곳을 교원들이 열심히 방문해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 같은 모집 결과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소·에너지’ 학생 교육 어떻게
수소에너지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은 크게 수소융합과와 에너지융합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는 자동화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계 수요에 발맞춰 자동화 기반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하고, 여기에 더해 선택학과별 세분화된 과목들을 각각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수소융합과에서는 수소 에너지 관련 기술 엔지니어, 에너지융합과에서는 2차전지 산업 등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먼저 1학년 1·2학기 동안에는 스마트공장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운용 방법에 대한 기초를 다지는데 집중한다. 이어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스마트공정 운영·각 선택학과별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수소융합과의 경우 이를 위해 에너지공업 기초·연로전지 에너지 생산·수소연료 전지제조·수소공급 등 세부 과목을 마련키로 했다.
에너지 융합과에서는 에너지 설비 유틸리티·리튬이온 전지셀 제조·리튬이온 전지셀 개발 등 과목을 준비했다.
또 전기기능사·생산자동화기능사·설비보전기능사·가스기능사·위험물기능사·반도체장비유지보수기능사 자격증을 기본으로 취득하게 하고, 피복아크용접기능사·이산화탄소가스용접기능사·가스텅스텐아크용접기능사·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전자부품장착기능사·승강기기능사·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등 추가자격증도 선택 취득할 수 있게 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상 기업을 선별해 해당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습·교육과정을 학교에서 제공하는 ‘최적화 교육과정’을 도입, 지역 기업들이 희망하는 인재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협약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동화 실무·반도체 실무·이차전지 실무·수소연료 실무 등 커리큘럼을 구체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학교 시설 개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전국에서 오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신축 외에도 기존 실습실 리모델링을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지역 기업과 손잡고 학생 취업길 연다...지역사회와 협력도 ‘탄탄’
지역사회·지역 기업들과의 협업도 학교 개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수소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완주군의 경우 지역 인재들의 지역 정주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교에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현재 완주군 내 수소 특화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등, 지역 산업체들의 관련분야 전문 인력 수요가 한창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살려 학교와 기업 간을 잇는 다리가 되는 한편, 신입생 모집을 위한 설명회에도 유희태 완주군수가 직접 참여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협약을 맺은 지역 기업들도 100곳을 훌쩍 넘겼다.
특히 교육과정 수립에서의 협력만을 약속하는 것이 아닌, ‘졸업생 채용’을 여러 중견기업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약속받았다는 점은 주목받을 만하다.
채용 학생은 통상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기에 정해지게 되며, 졸업과 동시에 정직원이 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는 장학금과 함께 여름방학·겨울방학 인턴십 교육, 멘토-멘티 지정을 통한 적응력 제고, 대학 진학 시 수업료 지급 등 다양한 혜택도 약속받았다.
채용 연계 교육과정에서는 산업체로부터 파견된 강사들이 직접 특강과 맞춤형 교육과정들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송현진 교장은 “채용 약정의 경우 학생들의 동기부여에도 한 몫을 해 기업이 더욱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업들에 취업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진 교장 미니 인터뷰=
송현진 수소고등학교 교장은 앞으로 학교 비전을 묻는 질문에 “지역 정주·우수 인력 연계를 선도하는 학교”라고 운을 뗐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재구조화는 자주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내부적 개편에 그쳐 지역 사회의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송 교장은 “내부 혁신에만 그치지 않고 외부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학교 개편을 위해 힘을 쏟아왔다”며 “특성화 고등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한다고 생각해 다양한 연계 방향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지역 정주를 끌어내는 한편, 지역 기업 맞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글로컬 특성화고에 지원, 학교 개편을 진행하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송현진 교장은 “노력의 결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생·학부모들의 많은 관심이 이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학교 구성원·지역 기업들과 지자체의 관심과 열정이 모여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앞으로도 학교 발전과 우수한 학생 양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