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운동의 방향과 진화 방안
/이춘구 언론인
우리 고향 전북에서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며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전북의 시민운동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민주화운동이 효시이다. 민주화운동 분야에서 전북뿐 아니라 서울, 광주 지역 등에서도 전북 출신 민주화 투사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화운동도 정점을 이루게 됐다. 이후 시민운동은 환경운동과 역사문화 교육운동으로 질적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필자는 1990년대 초 이 같은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며, 선 환경운동 후 역사문화 교육운동의 길을 제시한 바 있디. 여기에서는 역사문화 교육운동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역사문화 교육운동은 올바른 대한민국 역사를 이해하며 문화를 정립하고 교육하며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시민운동이다. 무릇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인간이 바로 설 수 없으며,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조선왕조가 무너진 것은 사대사상에 빠져있던 사대부들이 제 정신을 잃어버리고 나라까지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모르니 남의 문화를 제 문화인양 착각한다. 문화(culture)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구조’를 뜻한다. 전북 문화는 시원을 알 수 없는 시대로부터 시작된 전북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전북 문화는 세계적인 문명과 대비해도 손색이 없다. 전북은 세계적인 문명이 발생한 지역과 비슷한 위도 상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음 단계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공유하며 계승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교육운동이다. 교육운동은 홍익인간 재세이화를 실현하는 운동이다. 이는 시민운동의 최고급 단계로서 도의가 실현되고 무릇 사회질서가 바람과 같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이상사회를 구현하는 데 뜻이 있다. 불우헌과 퇴계, 율곡 등 우리 선현들은 향리에서 향약을 만들어 향민을 교육하며 인격을 도야하게 하고 도의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불우헌의 고현향약과 퇴계의 예안향약, 율곡의 서원향약 등이 그 구체적 표현이다. 재세이화는 세상 만물이 교육을 통해 이성을 깨치고 스스로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게 하는 교육철학의 구체적 표현이다.
전북의 시민운동단체들은 각기 특색을 내세우며 역사문화 교육운동을 벌이고 있다. 후백제역사를 선양하기 위해 2019년 출범한 후백제시민연대는 「후백제특별법」을 제정하도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후백제시민연대는 후백제학회, 정책전문가, 국회의원 등과 연대를 강화하며 우리 고장 전주가 후백제 도읍지로서 위용을 되찾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2023년에 출범한 가야문화연대는 장수 반파가야, 남원 기문가야 역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23년에 출범한 전북역사문화교육원은 시민운동단체들과 협력하며, 전북 역사 교육과 현장 답사 등에 주력하고 있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은 최근 두 차례 가야와 후백제 역사문화 현장답사를 했다.
시민운동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재정확보, 조직확충 등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재정확보는 시민운동단체의 자주성과 독립성 정립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이다. 시민운동단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회원들의 회비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전북도, 전주시 등 지방행정기관의 보조금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사업을 벌여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조직 면에서도 은퇴자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젊은 층을 회원으로 확충하고, 각급 학교와 연대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현장답사를 벌이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데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는 미래 조직 확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문화 교육운동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역사문화 교육운동은 진화할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진화하는 만큼 역사문화 교육운동도 스스로 진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고급인재를 영입하고 독지가의 기부 등을 바탕으로 재정적 자주성을 강화해야 한다. 전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의 최고 단계에 이른 역사문화 교육운동이 활활 타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