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북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고령자 운전능력평가 검사를 받고 있다.
13일 전북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고령자 운전능력평가 검사를 받고 있다.

순창 구림농협 대형참사를 계기로 고령자 운전면허 적성검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가해자의 운전미숙인데, 이를 사전에 예방할 적성검사 마저 최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로써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검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8일 순창 구림농협에서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조합장 선거를 위해 줄 서 있던 20명가량을 1톤 트럭 운전자 A(74)씨가 추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현지 브리핑을 통해 운전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같이 고령자 운전미숙 사고 발생으로 현 운전면허 갱신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 운전면허 적성검사는 만 75세가 되면 갱신 기한이 3년으로 줄어들며, 치매 검사와 교통안전교육 등이 추가되고 만 65세 이상은 기존의 10년 갱신주기가 5년으로 변경된다.

무엇보다 현 적성검사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운전자 본인이 판단한다는 점이다.

적성검사 시작 전 운전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문지에 작성한다.

해당 문항들에 운전자 본인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다고 작성하면 그것으로 운전자의 건강 상태 조사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만 75세 이상의 경우에만 직원들의 판단에 따라 전문가에게 자문을 의뢰할 수 있고, 만 75세 미만에 대해서는 인지능력 검사 탈락 외에는 면허 재발급에 걸 제동장치가 없다.

적성검사 담당자들도 현 제도의 모순을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 전북본부 관계자는 “현 제도상 운전자 본인이 건강함을 주장하고 관련 기본 검사를 통과한다면 해당 운전자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면서 “현재 시설 내에 도로 주행 등 실 운전을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만 75세 미만의 경우에는 치매 검사 등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최근 일어나고 있는 대형 사고 등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도는 70세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다.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치매, 퇴행성 근시 등 23개의 주요 질환의 평균 발병 나이가 67~72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통사고 통계, 고령자 질병 발생률 등을 분석한 결과 만 70세 이후부터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고령자의 기준을 만 70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교통사고 위험성, 주요 질환 발병률 등을 고려했을 때 만 70세의 나이를 고령자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운전면허 지진반납제도, 교통취약지역 이동성 확보 등 고령자의 지역과 연령대별 특성에 맞는 정책으로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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