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소희
/그래픽=윤소희

수능을 마친 수험생 조모(전북 거주) 양은 친구들과 함께 귀를 뚫으러 갔다가 병원 신세를 졌다.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귀를 뚫어 신나는 것도 잠시, 염증으로 귀가 빨갛게 부어올랐기 때문이다.

조 양은 “귀가 빵빵하게 부어서 진물까지 나와 깜짝 놀랐었다”며 “안전할 거라는 말만 몇 번 들어서 믿었는데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능이 끝난 학생들의 귀걸이·피어싱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불법시술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여전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액세서리 판매점. 입구 앞에는 ‘예쁘게 잘 뚫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니 각종 에탄올, 면봉, 바셀린, 식염수 등이 귀를 뚫을 데 사용되는 도구들과 함께 널려있었다.

하지만 귀를 뚫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액세서리 판매점 관계자였다.

해당 가게뿐만 아니라 인근 또다른 귀금속 가게 앞에는 귀를 뚫는다는 안내 문구만 없을 뿐, 손님 요청 시 시술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관계자는 “불법이라고 해도 금은방이나 액세서리 판매점에서 많이들 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해 시술하고 있다”며 "대신 청결을 최우선으로 해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진행 중이고 시술 후에 염증이 생길 것 같으면 소염제나 즉시 병원 가시라고 안내하고 있다. 아직은 부작용 관련한 항의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같은 날 12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일대에 있는 액세서리·귀금속 판매점 앞에도 버젓이 ‘귀 예쁘게 뚫어 드립니다’, ‘안전히 뚫어 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들이 붙어있었다.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 일원에서 학생들이 '귀 예쁘게 뚫어 드립니다' 입간판을 쳐다보고 있다. /조은우기자·cow4012@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 일원에서 학생들이 '귀 예쁘게 뚫어 드립니다' 입간판을 쳐다보고 있다. /조은우기자·cow4012@

이 외에도 전주지역에 있는 금은방·액세서리 판매점 3곳을 더 돌아다닌 결과 모두 비전문가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귀를 뚫기 위해 온 문모(18·여) 양은 “ 집에서 수능이 끝나고 귀 뚫는 걸 허락해 주셔서 안과에 들렀다가 한번 와봤는데 샵에서 귀를 뚫는 게 불법행위인지 몰랐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다른 곳에서 귀를 뚫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대책도 없으면서 무슨 불법이냐”라고 말했다.

실제 피어싱 등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해, 의료인 면허가 없는 사람은 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 행위 등 금지)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의사면허 정지’, ‘병원 영업 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신문고나 전화로 민원이 들어올 때 현장에서 적발하거나 현장에서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면서 “귀걸이·피어싱 불법시술 관련한 민원은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만난 업주 B씨는 “불법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고, 옛날에는 미용실에서 많이들 뚫기도 했다”라며 “오히려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안전하게만 진행한다면 이상이 없는 것이니만큼 자격증을 만들어주는 등 방식으로 나라에서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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