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전 인구 1300여명 정도의 작은 고을이었던 군산은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넓은 평야지대, 금강과 서해안이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1899년 개항 그리고 이후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방법의 수탈, 농토 및 자본 잠식 등 핍박을 당하였고 일제가 대륙 침략을 본격화한 1936년 이후에는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전략지로 변모되었다. 

 이토록 아픈 역사의 기억을 영원히 볼 수 없도록 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보존할 것인가의 문제는 군산이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의 그 변화를 꾀하는 기로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1990년대 대규모 중공업이 발달해 전북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서의 명성을 떨쳤던 때도 있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대기업의 공장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도시는 침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도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군산은 도시재생과 근대문화를 새로운 관광 아아템으로 결합시켰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는 말로 이를 모토 삼아 아픈 군산의 근대역사 바탕으로 <근대문화역사 도시>로 브랜딩하고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어느새 500만 관광도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렇듯, 지나간 과거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상기하고 재발견 하는 것은 미래를 계획하는 좋은 배움의 힌트로 활용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군산 시간여행카페 <카페솔보>는 근대사의 감성이 담겨있는 레트로를 테마로 한 카페로서 앤티크(Antique)소품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골동품이 전시되어 있는 특별한 카페이다. 앤티크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옛 것이 가진 향수나 정취에서 오는 독특함이 아니라 오래된 물건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동 즉 생명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9년 8월 문을 연 카페솔보는 중화 맛집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군산 짬뽕특화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재미를,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자 하는 취지로 카페의 컨셉을 정하고 보고 싶었던 이들이 이곳에서 만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람으로 카페 이름을 ‘솔:직히 말해봐 보:고 싶었다고’를 줄여 ‘솔보’라 작명하였다. 카페 사방 벽에 가득 찬 옛 물건과 시대상을 담은 독특한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자극된 상상력으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특히 카페 한켠에 마련된 근대의상 포토존을 체험한다면 공감각(共感覺)적이고 실감 나는 근대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카페 솔보만의 다채롭고 트렌디한 메뉴들로 현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추천메뉴는 음료 메뉴와 함께 곁들어 먹는 다양한 베이커리 종류다. 군산의 특색을 담아 한껏 개성 있는 메뉴를 개발하여 손님들에게 먹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까지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대표 베이커리로 연탄빵을 추천한다. 연탄을 태우기 전 까만 연탄의 모습을 재현한 연탄빵, 그리고 타고 난 연탄의 하얀 재를 그대로 본 따 만든 연탄재빵은 그 재치와 위트에 먹기 전 실감 나는 모양으로, 먹고 난 후에는 맛이 좋아 웃음 짓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추천메뉴는 짜장면 빙수와 짬뽕 빙수이다. 카페 솔보가 군산 짬뽕거리에 위치 해 있는 만큼 아이스크림으로 면 모양을 내고 짜장을 팥으로, 짬뽕의 빨간 국물 색은 딸기를 갈아 재현해 내었다. 음식의 완성도가 되는 플레이팅 역시 중국집 그릇과 반찬 그릇을 활용해 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그 비주얼에 감탄하여 카메라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차와 음료,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아닌 군산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카페 솔보를 운영하기에 방문한 손님들 역시 그 만족도가 상당하다.

 여행 중 조우한 카페 솔보에 가득한 앤티크와의 만남은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미래로 떠나는 여정’이자 변치 않는 군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류인평 (전주대학교 교수 / 사단법인 지역관광문화발전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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