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씨앗통장'이 만기됐지만 돈을 찾아가지 않는 전북의 취약계층 청년이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금절차가 복잡한 점 등의 이유로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할 우려도 있어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만 18세가 넘었음에도 디딤씨앗통장 만기적립금을 유지하고 있는 아동은 총 2916명으로 만기적립금 액수는 112억 9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만 24세 이상임에도 만기적립금을 유지 중인 아동은 332명으로, 적립금은 6억 8400만 원이다.

'디딤씨앗통장'은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 진출 초기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아동보호시설에 사는 만 17세 이하 아동, 만 12~17세 기초생활수급 아동이 가입할 수 있으며, 아동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보호자·후원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지자체가 입금 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 원)를 지원한다.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디딤씨앗통장의 만기적립금을 찾아가지 않은 청년들이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디딤씨앗통장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찾아가지 않은 디딤돌씨앗통장 만기적립금은 1814억 원·대상 인원은 4만 5217명이었다.

이 가운데 만 24세 이상 청년은 4027명으로 74억 9600만 원의 적립금을 보유 중이었다.

광주에서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던 자립 지원 청년들 역시 각각 1160만·560만 원의 디딤씨앗통장 적립금을 보유 중임에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에도 만기 된 적립금을 찾지 않은 것은 까다로운 출금 절차 때문으로 보인다고 한 의원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우석대학교 아동복지사회학부 박경순 교수는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한 사례까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자립생활에 대한 단계적인 준비나 가이드 없이 시설을 나가야 하는 현 상황 때문”이라며 “아이들이 자립생활에 적응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퇴소 전후로 단계적인 대응책 마련과 더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딤통장)자금 인출 신청이 좀 더 원활해 질 수 있도록 간소화도 요구된다”며 “절차가 복잡할 경우 찾아가지 않는 아이들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디딤씨앗통장을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만기적립금을 보유 중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중간 집계결과, 해당 자금 보유 여부를 모르는 아동은 없었지만, 이를 ‘최후의 보루’로 여겨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가장 많았다. 아이들의 현 상황을 진단할 수 있도록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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