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화6폭 병풍
▲ 아석 소병순

원로 서예가 아석(雅石) 소병순(蘇秉順) 씨가 오는 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기스락실에서 산수전(傘壽展)을 연다.

'글씨와 야생화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여느 서예전들과는 다르다. 320종류의 야생화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산에서 만난 야생화는 그를 매료시켰다.

그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수년간 햇볕과 비와 바람에 기대어 산과 들에 자생하며 피는 야생화에 흠뻑 취해 살았다. 글씨와 야생화가 하나되는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의 가슴은 청년처럼 뛰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7년간 연구실에서 한문과 한글, 야생화를 합해 약 500여 점, 35만자 정도를 작업했다.

칠순전 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별했다.

그중에서도 장장 5개월 간에 걸쳐 완성한 야생화가 6폭 병풍은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답다. 부모은중경 10곡 병풍과 백납병 8곡 병풍, 사자성어와 야생화 등 원로 서예가의 철학과 생각을 담아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오체를 섭렵하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임에도 작업하는 시간은 극도로 긴장되는 노동과도 같다. 세필로 담아낸 글자 한 자 한 자의 크기는 1.7cm에 불과하다. 수십만 자에 이르는 글씨를 차곡차곡 담아낸 것이다.

목민심서 12폭과 용비어천가 10폭, 채근담 12폭, 도덕경 10폭, 회심곡, 이충무공시, 율곡선생 금강산 시, 명심보감 전문, 5체 천자문 병풍 등은 대작을 고집했다.

이 땅의 후손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어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라는 원로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병순 작가는 "늘 작품을 끝내고 나면 아직 부족하고 미숙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면서도 인간이 지니는 능력의 한계치인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럼에도 심정필정의 마음으로 법고창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남은 여생을 부족한 것을 더 채우고 집중하며,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해 서예가로서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소병순 서예가는 남정 최정균을 사사, 대한민국서예대전(국전)에 입특선 7회를 하고, 1983년부터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북도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부산시전, 인천시전, 전남도전, 경기도전 등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창암 이삼만 선양회 회장,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 겸 감사 등을 역임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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