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그 골자는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든 운송업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축산업이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탈육식’이다. 고기를 먹지 않은 것이야말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후행동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축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내고 있다는 데 대해 축산업계는 비교가 잘못됐다고 항변한다. 축산업에는 사료작물 재배에서부터 제조, 운송, 가축사육, 가축수송, 도축, 가공 판매,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을 모두 합산했다. 반면 운송의 경우는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주행 중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만을 통계에 넣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비교 기준 자체가 틀렸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축산업을 향한 환경운동가들의 경고는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탈육식을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그린 급식 활성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다른 교육청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대에서도 채식 급식이 증가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동물복지와 기후 위기 행동으로 가치지향적 채식을 하는 인구도 꽤 늘었다.
  가축과 양식장 물고기를 키우는 데 이용되는 ‘고급’사료를 곡물 부산물이나 찌꺼기로 바꾸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돌린다면 1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핀란드 알토대학 마티 쿰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가축과 물고기 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최대 13%까지 더 많은 사람에게 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결과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물고기 어획량의 약 4분의 1을 인간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졌다. 
  인간이 육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들을 투입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연구결과다. 물론 축산이나 양식어업이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옳지 않다. 수치에 따라 1%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축산업 스스로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육류를 줄이는 일반 시민들의 운동은 나름대로 논리적 타당성을 갖는다. 온실가스 감소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동물성 식품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다. 네덜란드처럼 정부가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 지침을 발표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