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철을 두 달 앞두고 배추가 ‘금(金)추’라 불릴 정도로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19일 전북 전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배추가 쌓여 있다. /박상후기자·wdrgr@

#1. 김제지역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40대)는 최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산 배추김치를 고집했는데, 거래하던 공장에서 ‘배추 가격 단가가 너무 높아져 당분간 국내산 김치를 팔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의견을 표해오면서다.

A씨는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세 배 정도 비싸다고 해도 국산 배추로 만든 김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업체에서 이제 국내산을 못 쓴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며 “당장 손님들에게 김치를 안 내놓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중국산 배추러 만든 김치를 샀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2. 전주 평화동에 사는 주부 이모(62)씨는 최근 장을 보러 갔다가 배추 한 포기에 1만 원이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이 정도로 배춧값이 높진 않았었는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르는 바람에 올겨울 김장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는 “(가격을)내린다, 내린다 했지만, 저번 추석에 비해 별로 내린 것 같지도 않다. 배추만 저런 것도 아니고 그냥 농산물이 전반적으로 다 비싸졌다”며 “김장 한 번 할 때 들어가는 품을 생각하면 차라리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내산 김치’가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김장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배추를 비롯한 채소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가정에서는 ‘올해 김장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상을 짓고 있고, 밑반찬을 비롯한 부대비용이 대폭 오른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19일 찾은 전주시 여의동 한 대형마트. 배추 매대 앞까지 왔던 몇몇 손님들은 아직 만 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배춧값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이날 만난 주부 B씨(44·서신동)는 “집에 김치가 다 떨어졌는데 만들어 먹자니 재룟값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았다”라며 “당분간은 포장김치만 조금씩 사서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전통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추석 당시 5만 원 남짓 했던 배추 한 단 가격이 4만 원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산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없어 당분간은 오르기만 반복할 것 같다고 이날 만난 상인들은 설명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당장 밑반찬이며 재료 값이 대폭 오른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전주시완산구지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재료값이 약 25%정도씩은 오른 것 같다. 김치찌개를 예로 들면 1인분에 1만 5000원은 받아야 조금이라도 이문이 남을 정도”라며 “환율이 높아지다보니 수입산 가격도 다 올라가 식당들 대부분은 재료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종 공과금이며 높아지는 재룟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도매상에 외상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