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茶禮)는 설날과 추석 아침 조상에 감사하는 뜻으로 지내는 약식제사다. 원래는 중국 전래의 제례였는데 우리나라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정작 한국에서는 차를 올리는 절차가 없어서 중국과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차례상 차림이 아주 복잡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잘 알려진 규칙은 홍동백서. 이는 붉은 계열의 과일은 동쪽에, 하얀 계열의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것이다. 또 어동육서는 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배열한다는 원칙이다. 또 있다. 조율이시는 과일의 경우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으라는 것이다. 좌포우혜도 있다. 왼쪽에는 말린 고기를 놓고 오른쪽에는 식혜를 둬야 한다는 규칙이다.
  복잡한 규칙은 계속된다. 대체로 맨 앞줄에는 과일과 한과를 진설하며 둘째 줄에는 나물류, 셋째 줄에는 탕을 놓는다. 넷째 줄에는 적과 전, 다섯째 줄에는 밥과 국, 떡을 진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런 차례상 차림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우선 조선시대 최고 예법으로 치던 주자가례에는 위와 같이 까다로운 제사나 차례상 순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전을 부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기도 한다. 또 전문가들 중에는 지금의 차례상 차림이 사실은 일제 강점기 혹은 60년대 정부의 제사 지내는 법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런 지적에 따라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자는 캠페인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 조상들이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주자가례’에 의하면 차례는 제사가 아니고 조상에 대한 감사 인사 정도의 의미다. 따라서 제철 과일과 포, 술 정도로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추석 전 성균관은 명철 차례상에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반드시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 표준안’을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육류와 생선, 떡은 가족들이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추석 때 반드시 하는 전 부치기는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가 아니라고 성균관은 밝혔다. 
  우리나라 명절의 특징은 명절 증후군과 남녀 차별이다. 과한 음식 준비로 주로 여성들이 혹사를 당한다는 비판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 역시 상당하다. 그러나 성균관이 인용했듯 유교 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한다. 과거 차례상 차림은 이 원칙을 어긴 셈이다. 유교 관련 그 어느 책에도 지금처럼 복잡하고 과한 상차림 규칙이 없다고 하니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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