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 한반도 중부 이남에는 삼한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한·진한·변한이다. 이중 마한은 대략 BC 1세기부터 AD3세기에 경기와 충청, 전라도 지방에 분포했다. 모두 54개에 달하는 소국으로 구성된 마한은 인구가 10여만 호에 이른다고 삼국지 위지동이전은 적고 있다.

  물론 삼한시대가 워낙 오래 전인데다 기록도 거의 없어서 마한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들이 부딪치고 있다. 시작 시기도 BC3세기라는 주장이 있으며 멸망 시기에서도 AD6세기라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마한 멸망 시기인 AD3세기 이후에도 300여년 더 후기 마한이 존재했다는 주장이다. 전북 고창과 전남 영산강 일대가 그 주무대다. 그간 역사 교과서는 백제가 4세기를 전후해 전라도 일대의 마한세력을 병합했다고 기록했다. 
  마한을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지역은 바로 전북이다. 학계는 전북을 마한의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다. 만경강을 중심으로 마한 소국들이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 기록에서도 전북 익산을 마한의 도읍지로 지목했다. 고조선 왕 준이 위만에게 패하자 곧 남은 무리 수천 명을 이끌고 익산으로 와 스스로 한왕(韓王)이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기록은 후한서를 비롯해 삼국지, 제왕운기, 동국통감, 동사강목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계와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마한의 역사문화권 범위를 광주전남에서 전북과 충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마한 조사연구에서 전북도 포함된 것이다. 또 전북도와 도내 시군, 국립익산박물관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전북 연구원 등은 마한 역사문화권 정비와 발전을 위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남도가 며칠 전 정부가 영산강 유역에 존재했던 고대국가 마한의 조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년 문화재청 예산에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용역조사비 2억 원과 마한 중요 유적 발굴조사비 15억 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전남이 역점 추진하는 마한 연구는 정사와는 달리 유물 발굴을 통해 6세기까지 영산강 일대에 독자적 세력을 유지한 후기 마한이다.
  사실 마한 연구에서 전북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마한의 시작점인데다 4세기 전후까지 만경강 일대 소국들은 어느 정도 자율성을 유지했다. 특히 만경강에서는 대형 군집묘나 철기, 푸른 유리구슬, 중국산 동경 등 마한 관련 유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마한 연구가 주로 전남 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재고해볼 문제다. 전북이 마한 중기까지 그 중심부를 형성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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