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는 어느덧 새로운 정상상태(뉴 노멀)가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촌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가뭄과 폭염, 폭우, 폭풍 등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당장 이에 대처할 묘안도 없다. 그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탄소중립이나 넷제로 등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결의할 뿐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와중에 점점 커지는 목소리가 있다.
  “이제 고기를 줄이는 것을 이야기할 때다”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공장식 축산과 사료 생산을 위해 숲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가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단을 육류 위주에서 채식 위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주 유용한 기후행동이라는 논리다. 그 구호는 그래서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작은 행동으로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권고다.
  그린피스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이해가 간다. 기후 위기의 주범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4.5%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또 가축 방목에 쓰이는 땅은 지구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며 닭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사료 3.2kg이 필요하다. 소고기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해서 1kg을 생산하는 데 사료 7~16kg이 들어간다. 이렇게 보면 내가 먹는 음식으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 네덜란드 환경평가원은 지난 200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만약 전 세계가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예상되는 기후 비용의 최고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음식으로 지구를 구하자는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와 화제다. ‘기후미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부제는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이다. 저자 이의철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식단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미식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하면서 비거니즘보다는 좀 더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권했다.
  그간 우리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후행동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는 성과도 늦게 나타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에 비해 채식은 즉각적인 효과도 볼 수 있을뿐더러 비교적 간단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당연히 건강에도 이롭다. 기후미식 저자 이 작가는 단 2주만 동물성 식품을 끊으면 ‘미각 재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도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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