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성을 가진 경영 구루 톰 피터스는 여성 경영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성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대표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그래서 만약 경영진에 여성이 없거나 적으면 그로 인해 엄청나게 멍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경영진에 여성이 다수 포진한 펩시를 예로 들면서 “왜 우리는 펩시처럼 될 수 없는 것인가?”고 개탄했다. 

  아마도 톰 피터스가 우리나라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면 비판의 강도를 한층 높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여성 경영진이 적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상장기업 전체 임원 3만2천5명 가운데 여성은 1천668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OECD평균이 25.6%이니 한참 뒤지는 수치다. 
  이 통계를 달리 보면 여성의 경우 근로자 244명 당 여성 임원은 1명인 반면 남성은 39명 당 1명 수준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렇다.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여성 개인 차원에서 관리자가 되기 위한 경력 관리 소홀에서부터 임신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지방근무나 출장, 대외활동에 대한 소극적 자세 등이 거론된다. 더 뿌리 깊은 것은 기업 내지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다. 여성 차별적 관행은 차치하고라도 경영진의 여성에 대한 낮은 신뢰도, 보이지 않는 승진 상한선, 여성의 장기근속을 지원하는 사회제도의 불비 등도 여성의 임원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거기에 여성에게는 입사 때부터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배나 멘토가 없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요즘 산업계가 ‘여성 이사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여성 임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급히 여성 이사를 구하고 있지만 워낙 인재풀이 적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여성 인력의 비중이 낮은 중후장대 산업의 경우 더욱 어려운 처지다.
  전 세계적으로 거세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앞으로 여성 임원을 많이 늘리도록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 문제인데 이는 지배구조 개선과 직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과거와 같이 남성 위주 기업문화로 가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은 여성 인재의 꾸준한 발굴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정부도 페미니즘 논란 등을 의식하지 말고 양성평등 추구 등 관련 정책들을 강화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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