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성난 농심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다. 지난해보다 20%이상 쌀값이 폭락했지만 기대했던 정부대책은 없다. 인건비, 농약, 농자재 가격 등은 지난해 보다 평균 30%이상 올랐지만 지난 15일 기준 20kg 산지 쌀값은 4만 2,522원으로 전년 동기 5만 5,630원 보다 24%가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생산비조차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정부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3차례의 시장 격리제도를 통해 37만 톤을 사들였음에도 7월 말 기준 쌀 재고량은 48만 6천 톤에 달했다. 지난해 28만 톤에 비해 70%나 많다. 정부의 추가 대책이 없으면 쌀값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단 위기감이 농가에 팽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가 결국 쌀값 폭락을 가져왔다고 진단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촉구했지만 양곡관리법에서 정한 시장격리 요건을 지키지 않은 늑장 대처로 인해 쌀 값 폭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지난 2021년 쌀 시장 격리에서의 정부의 자의적인 시기 결정과 자의적인 물량배정 등은 양곡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진상조사와 함께 농민들에게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했다.

정부는 시장격리가 늦어져 쌀값 하락이 커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양곡관리법 위반에 대해선 당시 쌀 생산량은 느는 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에 더해 전북지역의 도열병 피해로 인한 생산 감소를 감안해 격리 물량을 발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뿐 관련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쌀 수요 감소에 대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소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쌀 소비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결국 공급이 과잉됐다는 것을 쌀값 폭락의 이유로 드는 것은 옹색하다. 국회에서 목표치를 초과해 생산된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도록 하는 강제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지만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쌀값 급락에 대한 긴급처방이 필요하다.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조속한 매입과 함께 가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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