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라면 저마다 남들은 모를 꿈 하나씩을 품고 산다.

최명순(사단법인 모악재 이사장)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모악)에는 소녀 시절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문학의 길을 동경하며 시인을 꿈꿨지만, 화가 유휴열의 아내로, 딸의 엄마로, 학생들의 선생님으로 살면서 자신의 꿈을 펼칠 여력이 없었다.

물속에 숨겨온 말들을 뭍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딸의 채근이었다.

오래전부터 어머니가 시를 써오던 것을 아는 딸이 더 늦기 전에 펼쳐 내보라고 설득한 것이었다.

“마음은 여전히 꽃피는 봄날/내 모습 어딘가에/곱게 눈부셨던 흔적 하나 남아있기를/내 목소리 어딘가에/맑고 수줍은 미소 하나 남아있기를(‘자화상’ 중에서)”

빛바랜 줄 알았던 오랜 꿈은 여전히 눈부시다. 최 시인의 마음속 나이테 같은 시들은 유휴열의 미술작품을 글로 보는 듯하며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생각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철성 문학평론가는 “한 생애의 구절양장이 험한 고개처럼 앞을 가로막고 굽이마다 사연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며 “시는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장소이고 사람”이라고 전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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