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일상화 되면서 문자를 디지털화 해서 읽는 데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이를 상품화한 것은 꽤 늦은 시기였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이 CD-롬 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그 시작으로 본다. 이것이 상용화된 계기는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제대로 된 전자책이 나온 것이다. 아마존은 지금 미국 전자책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자책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2009년 한국 최초의 전자책 전문출판사 리디북스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종이책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종류의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 먹혀들었다. 이후 밀리의 서재와 북클럽, 교보문고sam 등 구독형 서비스가 잇달아 런칭했다. 기존 출판사들과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작은 규모다. 2019년 기준으로 2천800억 원 정도의 전자책 매출은 종이책 7조8천여억 원의 3.5%에 불과하다. 세계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매출 비중이 17% 내외이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와 있다. 종이책의 강점이 바로 전자책의 약점이 될 것이다. 우선 독서 감성 면에서 종이책이 우월하다. 독서가들은 종이를 넘기는 감촉이나 책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 등에 민감하다. 몰입도 면에서도 종이책은 전자책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밖에도 책을 소장하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나 남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점 등이 종이책의 강점이다.
  최근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작가들이 신작을 낼 때 종이책 출간에 앞서 전자책을 먼저 선보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신예작가들은 물론 유명작가들도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줄이어 나오는 데 따른 반응이라고 한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최근 김초엽과 김영하, 이정명 등 중견작가들의 전자책을 잇달아 냈다. 종이책에 앞서 전자책을 내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종이책과 전자책은 각각의 강점을 갖고 있다. 아직은 종이책이 우세하지만 디지털 시대 전자책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아무도 모른다. 오디오 독서를 비롯해 줄긋기, 낙서가 가능하고 전자잉크는 눈의 피로를 줄인다. 전자책을 보고 종이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두 매체는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매체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책이라는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적 혁신이 독서를 자극하는 긍정적 힘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