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고객 요구에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를 맞아 대출이자 부담에 따른 서민들의 시름이 커져가는 만큼 은행권의 보다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 은행에 접수된 금리 인하 요구는 총 88만 2,047건이지만 이중 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경우는 23만 4,652건(26.6%)에 불과했다. 10건 중 7건 이상의 금리인하 요구권이 거절된 것이다.

특이 이 같은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2018년 32.6%, 2019년 32.8%, 2020년 28.2%, 2021년 26.6%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금리 인하가 인정된 대출액 규모 역시 8조5,466억 원으로 전년 10조1,598억3600만 원보다 1조6,132억3600만 원 감소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2002년에 도입돼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다가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대출받은 사람의 재산이 늘거나 승진, 이직 등으로 신용이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지만 실효성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대출자 권리를 무시한 이자 장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6월 국민의힘은 은행이 분기별로 개별 공시하는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월별로 통합고시하고 대출 가산금리 운영 합리화 방안 추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금융사들의 금리 인하 요구권 운영실적을 반기마다 한 차례씩 공시토록 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서민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안의 하나로 은행의 더욱 적극적인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올 연말이면 대출금리가 최대 8%대까지 진입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금리가 시장 자율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가계는 최악의 고통인데 은행들이 역대급 이자 장사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 이는 맞지 않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40.2%를 기록했다. 고객의 고통을 나누겠다는 은행들의 자발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은행의 늘어난 수익은 고금리에 고통받는 서민 눈물의 덕이다. 소비자들의 금리인하 요구를 은행은 적극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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