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총리를 지낸 디즈레일리는 “부자와 빈자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두 개의 국가를 이룬다”고 말했다. 같은 나라 국민이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는 딴 세상을 산다는 뜻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날로 발전하던 영국에서 노동자들의 처지는 오히려 더 비참해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디즈레일리는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보수층 부자가 노동 계층인 빈자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즈레일리 본인은 보수당의 영수였다.

  요즘 미국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 극명한 예가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식품 소비 패턴 변화다. 
  우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곳은 홀푸드(Whole Foods)마켓이다. 이 매장은 최상의 품질을 갖춘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유기농에 자연산, 무첨가제라는 문구들이 즐비하다. 거기에 동물 학대를 통해 얻는 육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유전자변형농산물도 물론 판매 금지다. 이 같은 경영방침을 한마디로 하면 ‘온전한 식품(whole foods)’이다. 바로 이 마켓의 상호이기도 하다. 고상하기까지 하다.
  반면 달러 스토어가 있다. 우리 말로 하면 ‘천원 숍’정도의 의미다. 상호에서도 드러나듯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곤층들을 대상으로 식품 등을 파는 가게다. 이곳에서는 단돈 1달러에 살 수 있는 냉동식품과 야채 통조림 등을 판다. ‘달러 제너럴’이나 ‘달러 트리’와 같은 최저가 상품 체인들이 이에 속한다. 
  디즈레일리의 말처럼 미국 역시 홀푸드를 찾는 중상류층과 달러 스토어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는 두 개의 나라로 나뉜다.
  수십 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이 생활비를 줄이려고 달러 스토어로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인마켓에 따르면 지난 6월 달러제너럴 등 할인 체인에서의 식료품 평균 지출액은 지난 10월보다 무려 71% 급증했다. 반면 일반 식료품점에서 동일 제품 매출액은 5% 감소했다. 
  한 마디로 많은 수의 미국인들이 생활비 지출을 줄이고자 값싼 식품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쓸 수 있는 돈이 적다보니 달러 스토어에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소득은 제자리고 경기까지 침체 징조를 보이고 있다. 경제난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두 개의 한국이 될 개연성이 짙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정책 투입도 필요하지만 상류층의 포용 자세도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양극화는 어떻게든 완화하는 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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